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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털어 6·25참전용사 생필품 지원한 현역 군인 소식 '귀감'

정재훈 기자I 2023.07.11 10:35:41

육군 제8기동사단 행정보급관 윤성기 상사
연천 거주 8명 참전용사에 라면·쌀 등 기부
생활 어려운 참전용사 절도사건에 기부 결심
할아버지도 6·25전쟁 참전용사…"영향 받아"
"선배들 뜻 받아 군인으로서 임무달성 최선"

[연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생활이 넉넉치 않았던 6·25전쟁 참전용사가 삶의 나락에서 어쩔수 없이 선택했던 절도사건을 보고 이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선택한 현역 군인의 사연이 귀감이 되고 있다.

육군 제8기동사단 화랑대대에서 행정보급관으로 근무하는 윤성기(38·사진) 상사의 이야기다.

윤 상사는 최근 부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6·25전쟁 참전용사가 반찬거리를 훔쳤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부를 결심했다.

그는 경기도 연천군을 통해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8명을 추천받아 이들에게 전할 라면과 쌀 등 45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사비로 구매했다.

근무 외 시간에 유공자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를 하나, 하나 찾은 윤 상사는 생필품과 함께 부대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직접 쓴 편지를 전달했다.

윤 상사는 “대단한 물건도 아닌데 선배님들께서 굉장히 고맙게 받아주셔서 선물을 드리는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선물을 받은 참전 용사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때 윤 상사는 그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윤 상사가 이번에 6·25전쟁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로 결심한것은 어찌보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영향도 크다.

그의 조부 역시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운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이다. 윤 상사의 조부인 윤수영 참전용사는 지난 2010년 타계했다.

그는 “내가 어릴적 할아버지께서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정부가 지급한 모자를 받아들고 엄청나게 기뻐하셨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며 “항상 우리나라의 안위를 걱정하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손자로서 당시부터 군인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은연중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상사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성기 상사(오른쪽)가 6·25전쟁 참전용사인 박성찬 6·25참전유공자회 연천군지회 사무국장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제8기동사단 제공)
지난 2007년 부사관으로 입대해 2008년 임관한 윤 상사는 장기복무가 확정된 2012년부터 꾸준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엔 유니세프 등 사회단체를 통해 기부를 시작해 자녀가 태어난 뒤부터는 지역 내 보육원과 미혼모시설 등을 찾아 기부와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윤 상사는 “대한민국이 나에게 군인으로서 복무할 기회를 준 만큼 나 역시 우리나라를 위해 군인이라는 직업 이외에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던 중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와 봉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윤 상사는 이번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찾아가 만나면서 한가지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국가유공자들의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모습을 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며 “참전용사 선배님들이 하신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군인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맡은바 임무에 항상 충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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