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방역체계 전환' 치료 병·의원 찾기부터 난항…진단키트 확보도 어려워

조민정 기자I 2022.02.02 18:30:00

1004곳 참여신청했다는데…"인력·공간 없어"
병·의원 "공문 없어 키트 있어도 못 해"
"설 연휴라 보건소에 물어보지도 못했다"
약국 자가진단키트 확보도 어려워…"키트 찾으러 원정"

[이데일리 조민정 김형환 기자]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있는데 공문이 안 내려와서 임의로 검사를 실시할 수가 없어요…보건소도 연휴 기간엔 통화가 안돼서 확인이 안돼요.”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의 전면 전환을 예고했지만, 일선 병원과 약국 등 현장에선 제대로 된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신속항원검사와 더불어 확대 시행되는 자가진단키트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코로나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보건소, 대형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의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 병행 실시를 앞둔 1월 28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자가진단키트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진료 900곳?…“우린 안 해요”

오미크론 대응 체계의 핵심은 동네 병·의원이 코로나19 진찰부터 검사까지 ‘원스톱’으로 시행하면서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코로나19를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을 포함한 고위험군을 제외한 일반 유증상자는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하거나 선별진료소·의원급 의료기관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본격 시행 하루를 앞둔 2일 이데일리 취재진의 취재결과 동네 의원 일부는 코로나19 치료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도 실질적인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구로구 A의원은 “자가진단키트는 병원에 다 배부가 됐는데 보건소나 구청에서 따로 공문을 전달받은 게 없어 임의로 시행할 수가 없다”며 “설 연휴 기간에 보건소도 운영을 안해서 어디에 묻지도 못하고 우리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에서도 “안내 받은 사항이 없다”, “키트가 없어서 아예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일 곧바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도 제한적이다. 2일 방역당국 발표에 따르면 전국 343곳만이 3일 당장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이 공언한 1004곳 전체가 참여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동네 병·의원들은 그러나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할 경우 추가 인력 등이 필요해 실제로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호흡기 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서울 강서구 B의원은 “코로나19 재택 치료도 하고 있어 추가 인력이 없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 C이비인후과의원은 “의원급에서 하려면 인력도 더 필요하고 공간도 더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1월 26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자가 ‘자가 진단 키트’ 로 신속 항원 검사를 스스로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가검사키트 물량 부족…약국 수급도 동나

신속항원검사 대신 스스로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해 코로나19 검사를 1차적으로 할 수 있지만 자가진단키트의 물량 부족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설 연휴기간 온라인 쇼핑몰·약국(온라인 쇼핑몰 340만명분, 약국 620만명분)에 960만명분, 선별진료소 등에 686만명분 등 모두 1646만명분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군포의 한 약국 직원은 “정부가 자가진단키트를 준다고 말만 하고 주지도 않아서 전화만 엄청 오고 있다”며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약국은 “연휴 대비해서 300개 확보했는데 이미 다 팔려서 추가 주문을 했다”며 “주문량이 많아 언제 배송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송파보건소를 찾은 이모(37)씨는 “회사에서 출근 전에 자가진단키트나 PCR 검사 결과를 받아오라는데, 자가진단키트를 구해보려 했지만 여기저기 수소문해보고 편의점을 뒤져도 못 구해서 결국 보건소가지 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 전환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나와야 양성으로 나와서 증상이 없다면 확진 판정을 받기 힘들어 방역 구멍이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한다면 중증 사망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자, 중증 임상 소견이 있는 사람 등은 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신속항원검사는 시간차를 두고 2번 이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