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모욕죄 고소취하’ 해프닝서 불거진 ‘모욕죄 폐지론’

최영지 기자I 2021.05.05 17:22:05

文, 2년 전 '비방 전단 배포' 30대 남성 모욕죄 고소
지난달 檢 송치…"처벌 의사 철회"
법조계 "이번 기회에 모욕죄 폐지돼야"
헌재, 합헌 유지…국회선 모욕죄 폐지안 발의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2년 만에 취하하는 등 논란이 일면서 이참에 모욕죄를 아예 폐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폐지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모욕죄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어 폐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모욕죄로 걸어 고소했다가 취하하면서 폐지론에 다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청년단체인 터닝포인트의 대표 김모 씨는 지난 2019년 7월 서울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문 대통령 등을 비방한 전단 수백 장을 살포했고, 그해 12월 모욕죄로 입건돼 수사를 받아왔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여서 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있어야만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청와대는 고소를 전격 철회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자연인이 아닌 대통령 신분인 문 대통령이 모욕죄로 고소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모욕죄 폐지와 관련해선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와 있다. 앞서 시민단체인 오픈넷이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 처벌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7년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오픈넷 소속 손지원 변호사는 “이번 사례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모욕죄 고소가 많이 제기되고 있으며 남용 사례가 많다”며 “사실적시가 아니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면 그 이면에는 정치적 반대의사 및 민심이 포함돼 있는 것인데 이를 고소해 형사처벌하고 탄압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손 변호사는 “민사소송으로 진행돼야 할 문제지 고소가 진행된다면 전국민을 전과자로 만들 수도 있다”며 “이미 UN도 감정 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의 폐지를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모욕죄는 장애인 및 소수자 등에 대해선 보호법익이 있어 전혀 순기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과거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민원인들로부터 비하발언을 듣고 모욕죄로 고소했던 오·남용 사례의 예를 볼때 거시적으로는 모욕죄 폐지가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선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8일 형법에서 모욕죄를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며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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