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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옥류동면옥 평양냉면이 맛 없었던 이유는?

남궁민관 기자I 2018.11.25 17:15:12

100여명 식사 한번에 만들 인프라 부족
대동강맥주는 병마다 채워진 양 '들쑥날쑥'
평양~금강산 5시간?…"7시간 족히 걸려"

옥류동면옥 평양냉면과 특제양념.(사진=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금강산=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덩달아 올해 평양냉면과 관련 연일 수많은 이슈들이 뒤따랐다. ‘평화냉면’이라는 별칭이 붙는가 하면, 면을 자르는 가위는 제공되지 않고 특제양념과 식초를 곁들여먹는 비결까지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 18일 옥류동면옥에서 마주한 평양냉면에서는 현재 북측의 힘겨운 경제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식당 초입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봉사원들의 환영 박수 세례를 받고 들어선 식당에는 각종 나물들과 김치, 돼지고기 보쌈, 두부전과 지짐 등 한상 가득 차려져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역시나 평양냉면이다. 꿩 고기를 우린 육수는 진한 갈색빛이 돌았고, 동그랗게 말아진 면 위로 닭고기와 소고기, 무, 오이, 계란 등 고명들이 정갈하게 올려진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 익히 알려진 특제양념과 식초병도 자리했다.

그 맛에는 개인적 취향이 존재하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있지는 않았다. 육수에서는 강한 고기향을 넘어 비릿한 맛이 돌았고, 고명으로 올려진 고기들은 바싹 말라있었다. 면은 들었던대로 다소 질긴 편이었으나 삶은지 오래된듯 불어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옥류동면옥은 북측에서도 4대 냉면으로 꼽히는 평양 옥류관을 본떠 만든 곳이라고는 하지만 익히 들어왔던 평가와 사뭇달랐다.

금강산국제관광특구의 열악한 인프라 환경이 이같은 옥류동면옥의 평양냉면 맛에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는 현재 전기나 연료 등의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100여명이 넘어가는 손님들의 음식을 만들기 쉽지않은 환경으로, 아마 이날 식사도 반나절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보급이 어려우니 육수를 시원하게 보관하기 어렵고, 불을 마음껏 쓸 수 없으니 미리 삶아놓은 면이나 고명의 상태도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대동강맥주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북측의 자부심이기도 한 대동강맥주는 이번 행사 곳곳에서 자주 맛볼 수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각 병들마다 맥주가 채워진 양이 각각 달랐다. 양조장 설비상 양을 일정하게 채워넣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숙소로 이용된 금강산호텔은 남측 참관단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면 객실 일체에 전기를 보급하지 않는 등 전력을 최대한 아끼는 모습이었다. 숙소 내 냉장고는 당연히 전원이 끊겨 있었다. 기자단에게는 전력이 일정하지 않아 자칫 노트북이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가 나올 정도였다.

도로 및 철도 등 인프라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인듯 보였다. 18일 저녁 연회자리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는 평양에서 금강산까지 자동차로 5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금강산까지 300여㎞ 정도의 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만 했지만, 실제 금강산에서 사업을 했던 한 기업가는 “5시간은 불가능하고 7시간 이상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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