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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째 '코로나 선거'…바이러스 비켜간 대선 투표 열기

이소현 기자I 2022.03.09 18:24:14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소 둘러보니
전날 32만 역대 최다 확진에도 붐빈 투표소
유권자들 '초박빙' 선거에…"한 표 행사"
확진자 투표 시간대 다가오자 발길 몰려

[이데일리 이소현 이용성 이수빈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2020년 제21대 총선과 작년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세 번째 ‘코로나 선거’로 전국에서 치러졌다. 9일 대선이 진행된 전국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의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4~5일 사전투표 투표율이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상황이 연출되는 등 여러 요인으로 본 투표 당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마감 직전까지 유권자들의 발길은 투표소로 향했다. 이미 ‘코로나 선거’를 경험해 본 유권자들은 까다로운 방역 절차가 제법 익숙해진 듯 능숙하게 투표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종로구 사직동 투표소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닐장갑을 낀 시민이 투표하고 있다.(사진=연합)
코로나 이후 열린 ‘세 번째 선거’…방역 절차 익숙

이날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종로구, 서초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은 각기 마스크를 착용한 채 1m씩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체온 측정을 한 뒤 손소독을 하고 비닐장갑까지 끼고서야 투표장에 입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리는 세 번째 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방역수칙에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방역선거가 어색해 곳곳에서 촌극이 벌어졌던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60대 김모씨는 “코로나가 2년 넘게 이어져 오기 때문에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익숙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464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며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4만244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감염 대유행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7시께 찾은 광진구 광진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정문 밖까지 줄이 길게 이어졌는데 한 시민은 “투표 열기가 엄청나네”라고 말했다. 사전투표 때 회사 근처 투표소를 방문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이날 출근 전 겨우 투표했다는 20대 여성도 있었다.

이번 대선 본 투표에서 일반 유권자는 오후 6시까지,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오후 6~7시 30분까지 별도 투표를 진행했다. 점심시간 이후 한산하던 몇몇 투표소는 오후 4~5시께 되니 붐비기 시작했다. 논현제1동 인근 투표소를 찾은 임모(33)씨는 “더 늦어지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니까 걱정돼서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박은혜(33)씨도 “밀폐된 공간이라 걱정도 되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것도 우려돼 사람 많은 시간대는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와 달리 대선 당일 투표는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어 일부 투표소에서는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서초구 반포1동은 투표소가 7곳에 달해 인근에 살아도 다른 투표소에 가야 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한 시민이 “집이 이 근처인데 못하나”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이날 오후 시간대 들어 30분간 3명꼴로 지정 투표소로 가라는 안내를 받고 이동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12일 앞으로 다가온 25일 대구 중구 한 주택가에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거벽보가 나란히 붙어 있다.(사진=연합)
재보궐선거도 덤으로 투표 열기…이색투표소 눈길

총 2장의 투표용지를 받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치러지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를 비롯해 서울 서초갑·대구 중남구·경기 안성시·충북 청주시 상당구 등 5곳 투표소에서다. 이날 대선과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한 유권자들은 대통령만큼 지역구 지도자를 뽑는데 고심하는 분위기였다. 종로구 교남동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방모(70)씨는 “특정 당을 찍기보다 누가 얼마나 더 종로 발전에 기여했는지를 보고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투표를 한 이모(71)씨는 “지역구민이 봤을 때 특정 후보가 서초에서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국회에 가서도 일을 잘할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은 이유는 각양각색이었다. 종로구 교남동주민센터를 찾은 전모(26)씨는 “두 후보가 박빙인데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이유로 들었다. 광진구 인근 투표소에서 만난 정모(62·여)씨는 “지금 버티는 사람들은 돈 주는데 너무 힘들어서 장사가 안돼서 폐업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도와준다”고 하소연했다. 공약을 꼼꼼히 검증한 유권자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광진구 인근 투표소에서 만난 유모(27·남)씨는 “대선 토론을 보면서 자신의 공약에 정직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을 하는 양모(31·여)씨는 “공약집을 살피며 후보들의 공약을 두루 비교하고 뽑았다”고 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실내야구훈련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색투표소도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 전시장과 카페, 지하주차장, 실내 야구훈련장, 태권도장 등 동네에 하나쯤 있을 법한 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기아(000270) 전시장에 마련된 광진구 능동제3투표소에서 항상 투표를 해왔다는 유대권(52·남)씨는 “투표하러 온 김에 다음에 살 차도 한번 살펴봤다”며 “영업장이니 관공서보다 방문하기 편하고 느껴지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센터 등이 아닌 이색적인 장소가 투표소로 지정된 것은 유권자들이 조금이라도 가깝고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나 관공서가 투표장으로 제공하기를 꺼린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소 밖에서는 ‘인증샷’을 찍는 이들도 많았다. 광진구 인근 투표소에서 만난 조달호(68·남)씨는 “투표소 안내문 앞에서 승리의 ‘V’(victory) 표시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손등에 빨간색 기표 도장이 찍힌 사진이나 투표소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진 등 투표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투표 확인증을 받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따로 마련한 메모지 등에 기표 도장을 찍어 인증하거나 좋아하는 캐릭터 등을 넣어 직접 제작한 ‘투표 인증 카드’를 활용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회용 비닐장갑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한 유권자들도 있었다. 주부인 박모(50·여)씨는 “코로나 이후 여러 차례 선거가 실시 됐지만, 선거 때마다 받는 비닐장갑을 보면 환경오염이 우려돼 늘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인증샷을 찍고 있다.(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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