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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장연' 발언 대신 사과하며 무릎 꿇은 국힘 김예지

박지혜 기자I 2022.03.28 10:13:5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의 김예지 의원이 대신 사과에 나서며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은 28일 오전 8시 25분께부터 3·4호선에서 시작된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함께 참석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이며, 장 의원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 출신이다. ‘어른이 되면’은 18년 동안 시설에서 갇힌 삶을 살아온 발달장애인인 동생의 ‘탈(脫) 시설’을 돕기로 결심하고,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언니 장혜영 씨가 동생과 함께 보낸 400여 일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 의원은 이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승강장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불편함을 느끼신 시민들께도 죄송하다”며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 나는 일이다.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전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도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를 비판한 이 대표에 대해 “당 대표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당론도 아니고, 당의 입장도 아니다. 개인의 입장일 뿐이다. 그것이 참 부끄러운 일 중 하나”라면서 “놀랐던 게 이 대표가 ‘볼모’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상당히 부정적인 여파를 남길 수 있는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당 대표의 잘못된 단어 선택으로 인해서 당론처럼 보이게 되는 것은 큰일”이라며 “섣부른 판단과 언어 사용을 통해서 오해나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성숙한 반응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의원은 “그거 때문에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당사자”라며 “비난과 욕을 감수하는 분들과 마음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출근 시간 불편함 겪고 계신 분들이 우리 가족일 수도 있고 그게 우리 중 한 명일 수 있다. 불편해하는 시민들의 입장도 배려할 수 있는 좋은 집회 방안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장애 시민의 역할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 및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는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로 규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 못건드리고 3·4호선 위주로 지속하는 이유는 하루 14만 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켜 X자노선인 3·4호선 상·하행선을 모두 마비시키는 목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경복궁역 시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가 있기 때문이고, (4호선) 혜화역 선전전은 1999년도 이규식 동지가 리프트에서 떨어져 추락해 중상을 입은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왼쪽)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함께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사흘 동안 7개의 글을 잇달아 올리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장연이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서울시 내 역사 중 94%에는 이미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나머지 5%는 구조상 설치가 어렵다며 전장연의 요구 조건이 부당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전장연은 조건을 걸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시위를 중단하라”며 “우리 사회에서 특정집단의 요구사항이 100% 관철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선량한 시민, 최대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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