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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내 무슬림 지도자들과 비공개 회동

방성훈 기자I 2023.10.27 10:34:02

친이스라엘 행보에 무슬림계 여론 악화하자 진정 시도
美무슬림 사회서 "인도주의 위기 외면" 분노·비난 봇물
바이든 "가자 보건부 희생자 집계 불신" 발언에 폭발
무슬림계 대부분 경합주 거주…내년 대선 악영향 전망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내 무슬림계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고 CNN방송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번 회동은 내년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여 아랍계 미국인들로부터 분노를 사고 있다.

미 정부는 인질 구출·석방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슬림계 미국인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고 물, 식량, 전기, 의약품 공급이 끊겨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미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는 군사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의 사망자 집계는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반발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얼마나 많이 숨졌는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무고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고 이는 전쟁을 벌인 대가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내 무슬림계 단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사과를 요구하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이어갔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비영리 무슬림 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전날 성명을 내고 “지난 2주 간 이스라엘 정부에 도축된 7000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비인간적인 발언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이날 “우리 역시 가자지구에서 (무고한 민간인)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다만 하마스와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한 수치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것”이라며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무슬림계 미국인들의 분노를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무슬림계 미군인들의 여론 악화가 내년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무슬림계 미국인은 전체 미 인구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시간, 오하이오, 텍사스, 버지니아, 조지아 등 경합주에 집중 거주하고 있어서다.

백악관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지만, 소식통은 “오늘 회의는 미국 내 무슬림계 혐오 퇴치를 위한 백악관의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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