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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전자상가 죽는데 PC만 무사할리가`

피용익 기자I 2008.11.14 15:36:04

인텔 실적경고..서킷시티 파산
내년 전세계 PC 판매 둔화 전망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개인용컴퓨터(PC) 제조 업체들이 마침내 코너에 몰렸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비교적 선전해 왔지만 이제 호시절은 지났다는 분석이다.

PC 업계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PC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조하는 인텔이 4분기 실적 경고를 내놨고, PC를 판매하는 전자제품 유통업체 서킷시티는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올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전세계 PC 판매는 3분기까지 매 분기 12% 이상 증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이같은 증가세는 멈췄다. 이에 따라 주요 PC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 전세계 PC 수요 감소 전망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IDC는 이날 중 4분기 PC 판매 전망치를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IDC는 당초 미국 내 PC 판매가 크리스마스 수요에 힘입어 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이번 수정 전망치를 통해 1%로 감소로 변경될 전망이다.

월가 전문가들도 일제히 PC 판매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씨티그룹은 내년 미국 내 PC 판매가 10% 감소하고, 전세계 판매 증가율은 3%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전세계 PC 판매가 5%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는 6% 증가였다.

이에 따라 전세계 PC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인 휴렛패커드(HP)와 델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9%와 15%에 달한다.

HP와 델은 가격 인하를 통해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최근 HP의 15.6인치 노트북 가격을 25% 인하한 549.99달러에 팔고 있다. 델은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13.3인치 `인스피론` 노트북 가격을 984달러에서 747달러로 24% 내렸다. 여기에 프린터까지 공짜로 얹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킵 월스 파나소닉 노트북 담당 헤드는 "향후 4~6분기 동안 매출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컴퓨터 제조업체 실적 악화 불가피

앞서 지난 12일 인텔은 4분기 매출액 전망을 종전 101억~109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17% 가량 낮췄다. 인텔은 이어 전세계 모든 시장과 모든 사업부문에서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인텔의 발표 직후 PC 제조업체들에 대한 실적 전망 하향 보고서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인텔은 PC에 들어가는 CPU를 제조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리처드 가드너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실적 경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PC 업계가 글로벌 경기후퇴 여파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델은 미국 내 기업 및 정부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크리스 휘트모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PC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어떤 업체도 예외는 없다"며 "PC 업계의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델과 HP는 각각 오는 20일과 26일 실적을 발표한다. BMO캐피털마켓의 키이스 바흐먼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3분기 실적은 내년 실적 악화의 전주곡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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