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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지방이 꽃 개화시기 더 빠를 수 있는 이유는

강민구 기자I 2021.04.22 10:19:31

[과학이 궁금해] 온도, 강수량, 낮과 밤 길이 영향
일반적인 개화는 남쪽부터···식물종 등 차이로 변화
온난화 영향 커져···극한 사상 변화로 생태계 어긋나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올해 주요 도시의 벚꽃 개화시기를 살펴보면 대구(3월 24일)가 여수(3월 28일)보다 북쪽이지만 개화시기가 더 빨랐다. 마찬가지로 서울(4월 1일)이 인천(4월 3일)보다 먼저 꽃이 폈다.

북부지역일수록 개화가 늦어진다는 인식과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기온에 있다. 대구와 서울이 여수나 인천보다 봄 기온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륙과 해안가의 차이이기도 하다. 내륙은 해안가보다 햇빛을 받아 빨리 더워졌다가 식는다. 반면 해안가는 바닷물 때문에 느리게 반응한다. 토양보다 물의 비열(열을 함유하는 능력)이 크기 때문에 발생한 사례다.

봄꽃의 개화는 온도, 강수량, 낮과 밤의 길이의 영향을 받는다.(사진=이미지투데이)


봄꽃의 개화는 온도, 강수량, 낮과 밤의 길이의 영향을 받는다. 여름에는 식물의 성장 속도가 중요하고, 가을에는 온도와 낮과 밤의 길이가 개화에서 중요하다.

봄과 가을에 피는 꽃의 개화는 피토크롬이라고 하는 빛을 인지하는 색소가 조절한다. 낮과 빛의 길이를 통해 온도를 추정하고, 직접 온도도 감지한다. 그래서 기온이 높아지면 빨리 개화한다. 가령 온대지방에 사는 식물은 섭씨 5도 이상이면 잠에서 깨어나 자란다.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고, 저장했던 양분을 이용해 잎과 줄기가 큰다. 이와 달리 여름에 꽃이 피는 식물은 중일식물이라고 하며, 봄부터 충분히 자라야 꽃을 피운다.

매년 군락지의 개화시기는 온도 변화를 예측해 개화시기를 예측한다. 소나무에서 꽃가루가 날리는 것을 이용해 개화시기를 예측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평균기온이 5도가 넘는 날의 적산온도가 개화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일정 적산온도에 도달하면 특정한 식물의 개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개화시기는 우리나라에서 같은 종을 대상으로 할 때 남쪽부터 이뤄진다. 다만, 식물에 따라 개화시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같은 장소에서 꽃이 피는 시기는 동백나무, 매실나무(매화), 살구나무, 복숭아나무로 순서로 진행된다. 그런데 중부지방에서 매화가 필 때 남부지방에서는 살구나무나 복숭아나무의 꽃이 피는 일도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가 개화시기에 영향을 준다. 평균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기온과 강수량의 극한사상(가장 높거나 낮은 온도 또는 가장 많거나 적은 강수량)에 차이가 발생한다.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식물은 빨리 자라기 시작하고, 동물도 빠르게 번식한다. 생물의 종류에 따라 속도는 다르지만, 식물이 빨리 자라면 너무 억세져 초식동물의 새끼가 먹지 못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생물의 계절적 특성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어긋나면 생태계 조화가 깨진다. 극한 사상의 변화로 매우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식물은 꽃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평균기온의 상승으로 일찍 생장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추위가 닥치면 식물의 어린 부분이 얼어 죽기 때문이다.

강수량의 변화도 개화시기에 영향을 준다. 봄 기온이 높아지면 개화시기가 빨리 오고, 가뭄이 오면 개화의 지속기간이 줄어든다. 봄이 빨리 오지만 개화는 이전만큼 오래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어른들이 봄이 짧아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실제 식물에 나타나고 있다.

*이번 편은 김재근 서울대 생물교육과 교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재근 교수는 한국습지학회 부회장, 한국생태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습지생태계에서 식물의 생존전략을 연구하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식물과 곤충 사이의 공진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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