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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받는 `글로벌·개방` 박병원 어록

백종훈 기자I 2008.06.23 14:26:55

메가뱅크 구상·론스타 해결방안 주목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박병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평소 생각과 발언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청와대 정책팀장으로서 국정기획·사회정책·교육과학문화 등의 수석비서관들을 이끌 예정이다. 그의 생각과 발언 하나하나가 국내 경제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권은 특히 박 수석이 최근 1년2개월간 우리금융 회장으로 일하면서 쏟아낸 금융산업 관련 발언들에 주목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있지만, 위상이 강화된 박 경제수석의 생각이 금융권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메가뱅크로 대표선수 만들어야"

박 수석의 금융관련 발언중 금융권에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국책은행 민영화방안, 소위 메가뱅크 구상이다.
 
▲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그는 지난 1월 우리금융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을 겸한 오찬간담회에서 "국내 은행들을 합쳐 글로벌 은행을 하나 만들어야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며 우리금융이 주도해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한 데 묶는 메가뱅크론을 처음 피력했다. 참고기사 ☞「박병원 회장 "산은·우리 통합매각은 굿 아이디어"(1월13일 정오)」

당시 개인견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매각대상인 우리금융 회장이 직접 민영화 방향을 밝히고 화두까지 던진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후 정부가 지난 3월 국책은행 민영화 관련 여러 방안중 하나로 메가뱅크 구상을 검토하면서 그의 발언은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난 4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8조원 정도면 산업은행 IB부문과 대우증권, 기업은행의 정부 보유지분을 살 수 있다. 이는 우리금융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참고기사 ☞「박병원 회장 "정부 결단시 메가뱅크 추진"(4월1일 오후10시)」

그러나 그의 구상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진전되지 못했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4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 미국 방문 수행을 전후해 "산업은행을 조기에 매각하는 방식이 확정됐다"며 메가뱅크론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이제 그림이 또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메가뱅크론을 적극 찬성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 경제수석이 호흡을 맞추면 정부 스탠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053000)도 미소짓고 있다. 내년부터 우리금융의 지배지분 민영화(M&A)가 본격화되면 회장을 지낸 박 수석이 든든한 우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론스타문제, 해외 시각으로 볼 필요있어"

박 경제수석이 밝힌 론스타문제에 대한 시각도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건은 일견 우리금융 회장 직무와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당시 큰 주목은 끌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위치에 오른 만큼, 금융권은 그의 생각이 과연 무엇인지 주목하고 있다.

박 경제수석은 지난 3월19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조찬 세미나 강연문에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 실현되려면 론스타 건 처리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연문에서 "우리 시각으로 론스타문제를 보지 말고 런던과 홍콩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론스타가 돈 번 것을 배아파 하기보다 우리도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설명했었다. 참고기사 ☞「박병원 회장 "일류브랜드 빌려 서비스업 키우자"(3월19일 오전 10시32분)」

금융권은 박 경제수석의 개방적인 마인드로 인해 당장은 힘들겠지만 조만간 정부 스탠스에 변화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연말께 외환은행(004940) 헐값매각 1심 재판결과가 나오면 그가 말한 개방적인 태도가 정부 일각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경제수석이 기용됨에 따라, 꼬일대로 꼬인 정부의 론스타 문제 처리에도 유연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핵심은 글로벌 개방주의…일각 반론도

박 경제수석의 평소 지론은 개방주의다.

그는 서비스산업 진흥정책에 깊이 관여했고 실제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경험까지 해봤다.
 
박 수석은 메가뱅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 국제 금융무대에서 우리 금융서비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론스타 문제도 마냥 결정을 미룰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시각과 국내 여론의 절충점을 찾아 빠른 시일내에 매각승인을 내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금융 중심의 메가뱅크 구상은 시장주의와 다소 불일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M&A를 기다리지 않고 국책은행을 인위적으로 합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경우만 봐도 벌써 몇년째 소수지분 매각조차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들린다. 또 국책은행끼리 합쳐 덩치를 키운다고 해서 국제 무대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일부 있다.

이밖에 론스타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5년간의 누적된 문제들이 있는 만큼, 박 수석의 평소 지론처럼 간단하게 풀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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