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응 하겠다"…'26만가구' 신규택지 벌써 '삐걱'

김나리 기자I 2021.02.07 15:41:28

정부, 신규택지 26만가구 공급계획 발표
공전협, 예상지 토지주와 공동 대응 예고
'헐값 보상' 관련 진통 예상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신규택지 토지주라고 해서 주변 시세 10분의 1 가격에 팔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신규택지 지정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책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의장)

3기 신도시 창릉지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4 공급대책’을 통해 신규택지에서 총 26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작도 전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이미 토지수용이 결정된 토지주들이 신규택지 예상지역 토지주 등과 연대해 집단적으로 반대 움직임에 나설 것을 예고해서다.

7일 정부가 발표한 ‘2·4 공급대책’에 따르면 전국 주택 83만6000가구 중 신규 택지에서는 26만3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신규 택지명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으로, 국토교통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협의를 마친 뒤 순차적으로 선정된 20곳 정도의 신규택지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내달부터 올 상반기 내로 2~3차례에 걸쳐 발표가 이뤄진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번 신규택지 발표 물량은 3기 신도시에 추가된 물량”이라며 “대부분 입지가 확정된 상태지만 미세한 구역 조정이나 지자체와의 마지막 완벽한 합의를 위해 구체적인 입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규 택지 후보로는 수도권 지역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신도시 발표 때마다 언급되는 광명·시흥지구와 하남 감북지구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손꼽힌다. 이 두 지구는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됐다가 사업이 무산된 곳들이다. 이외에도 김포 고촌읍, 화성 매송·비봉, 과천 주암동 일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의외의 지역이 선정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규 택지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에는 이미 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지 못했던 곳에 깜짝 발표를 할 확률이 높다”며 “3기 신도시와 광역교통망을 공유하면서도 기존에 언급되지 않은 곳들이 선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규 택지가 베일을 벗더라도 실제 주택 공급 현실화까지는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토지 보상을 놓고 토지주들이 집단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서 정부가 공공택지로 지정한 3기 신도시 등에서는 이미 공공택지 토지주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토지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62개 공공주택지구 토지주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는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찾아 정당한 보상 등을 요구하며 패스트트랙 즉각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3기 신도시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토지보상 기간을 17개월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로 인해 3기 신도시 주택 공급 지연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공전협은 신규택지 예상지 토지주 등과도 같이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전협 관계자는 “정부가 토지주들의 사유재산에 정당한 보상을 해주면서 토지를 사들여야 하는데 지금은 주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게 평가된 채 헐값 보상을 하고 있다”며 “신규 택지 후보군들에서도 대책위를 소집해 함께 대응할 예정으로, 택지 지정이 구체화되면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개별 대응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집단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도 무조건적인 강제수용을 하기는 어렵단 게 공전협의 설명이다. 공전협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과정에서 토지주들이 개별 대응 했지만, 이제는 60~70개 지구 토지주들이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도 대응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장,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100만이 넘는 토지주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토지를 헐값으로 강제 수용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개발이익을 일방적으로 편취하는 행태는 반드시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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