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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가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1급 청년 비서관으로 발탁한 것이 2030 청년층 사이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모(24)씨는 “작년 인국공 때부터 이미 채용 불공정 논란은 계속되고 있었는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사실 놀랍지도 않다”며 “코로나19로 취업문도 좁아져 공부하는 게 평소보다 지치는데 취업 준비도 안 한 채 1급 공무원이 되는 걸 보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김모(26)씨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방학 때마다 관련 자격증을 땄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허탈하다”며 “정당 활동만 하면 1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거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나이가 어리다는 자체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별다른 경험과 준비 과정 없이 임명됐다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느껴진다”며 “어떤 노력으로 1급 공무원이 된 건지 명확히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취업준비생 정모(29)씨는 “코로나19 이후 수차례의 서류, 면접 탈락을 겪으며 힘든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사람이 청년을 대변한다는 소식에 힘이 빠지게 된다”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정치권의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고 꼬집었다.
박 비서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웹사이트도 등장했다. 자신을 ‘고려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웹사이트 ‘박탈감 닷컴’을 개설했다. 이 웹사이트에는 박 비서관으로 인해 청년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주장이 정리돼 있다. 개설자는 박 비서관을 향해 “당신으로 인해 청년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몰랐다면 이미 자격이 없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전문가 “‘이준석 현상’ 맞선 무리수…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비난 여론이 확산하는 이유가 정치권에서 합리적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데 있다고 설명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박 비서관을 발탁한 것 같다”며 “정치공동체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검증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교수는 “청년비서관은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다른 1급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비판하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박 비서관이) 청년 목소리를 얼마나 대변할 수 있는지 의문이겠지만 마냥 불공정하다고 단언하기엔 지나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차 교수는 이어 “민주당과 청와대에서 ‘이준석 현상’에 맞대응하듯 급속히 박 비서관 발탁을 추진한 것처럼 비쳐 공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미리 임명 계획을 발표했더라면 비난이 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청년들에게 충분한 입증 과정 없는 임명이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는 박 비서관이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했지만 어떤 자격으로 선발했는지 밝히지 않아 의혹이 쌓이고 있다”며 “청년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면 박 비서관이 선발 과정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