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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무기·훈련 부족 탓…'대반격' 교착상태”

이소현 기자I 2023.07.24 10:58:22

WSJ "우크라 대반격에 큰 돌파구 마련 희박" 진단
러 지뢰·참호 튼실…"대선 앞둔 美 신중론 걸림돌"
美 국무장관 "우크라 반격은 초반…수개월 걸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대반격’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교착 상태에 빠져 전세를 역전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기와 훈련 부족뿐 아니라 내년 미국 대선 등으로 서방의 대규모 군사지원도 어려워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모습이다.

23일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있는 오데사 대성당 내부에서 교회 직원들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AP)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무기와 훈련 부족이 러시아와 전쟁을 교착 상태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올해 전쟁에서 대규모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겠다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집속탄’을 지원하는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이어지지만, 더딘 대반격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러시아는 보급품 부족과 지도자 간 내분 탓에 사기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뢰밭과 참호, 공군력 등 강력한 군대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차단하는 데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교한 무기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년 재선 도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대규모 군사 지원에 신중한 모습이고, 유럽의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고 WSJ은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서려면 전술 변경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을 다녀온 군사분석가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WSJ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를 뚫기를 원한다면 군사작전을 확장하고 동시에 (군사작전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방 군사교리에 따르면 진지를 파고 있는 적을 공격하려면 공격병력은 적의 3배 이상 이어야 하며, 공군과 지상군의 조합도 중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한창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제1여단 소속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대를 발사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또 러시아의 방어망을 뚫기엔 힘겨운 우크라이나의 공군력 열세도 WSJ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시절 제작된 전투기와 헬기로 구성된 소규모 공군력만 보유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개월간 미국과 유럽 동맹국에 미국산 F-16 전투기를 공급받도록 로비를 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더글라스 배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지금 항공 자산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한 공군력이 우월하지는 않지만, 방어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을 막는 데 드론(무인기)와 헬기 투입뿐 아니라 미사일 공격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중심지인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대한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는 이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성당을 포격했다. 이에 최소 1명이 죽고 22명이 다쳤으며, 주요 문화유산 29점도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벨라루스 지도자 알렉산더 루카셴코와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건 푸틴 대통령뿐이 아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CNN에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가) 초기에 점령한 영토의 약 50%를 되찾았다”고 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아직 상대적으로 초반이고 어려워 앞으로 1~2주 내로 결정되지는 않고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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