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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게 '나'였는지 '수선화'였는지 [e갤러리]

오현주 기자I 2022.12.11 18:00:01

△BB&M갤러리서 '팰린드롬' 전 연 우정수
고전부터 현대까지 시대가 쓰고 그린
신화·삽화 속 에피소드 해체·재구성해
층층의 색을 씌운 레이어로 겹쳐 올려
오늘의 일상서 재현되는 자기애 비유

우정수 ‘나르시스’(Narcissus Ⅲ·2022), 캔버스에 아크릴·잉크, 162.2×130.3㎝(사진=BB&M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창가처럼 보인다. 수선화 한송이가 놓인 저곳이 말이다. 형체가 불분명한 바탕에 오로지 꽃 한송이만 고고하게 세웠다. 사실 의도를 명쾌하게 드러내지 않은 그림의 속뜻은, 작가가 단 타이틀 ‘나르시스’(Narcissus Ⅲ·2022)를 접한 이후에야 보이기 시작한다.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신화’ 속 나르시스 외에도 이 단어에는 ‘수선화’란 두번째 뜻이 있다는 것까지 알아채면 말이다.

작가 우정수(36)는 그 둘 다를 잡으려 했던 거다. 작가는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가 쓰고 그려온 신화·삽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고유한 도상을 만들어왔다. 저변에 깔린 역사적 맥락을 길어올리는 건 아니다. 그저 화면에 올릴 이미지 혹은 그 이면에 주목하는데. 그 과정에서 찾아낸, 때론 윤곽이 있는, 때론 패턴뿐인 형상을 옮겨내는 거다. 층층의 색을 씌운 레이어로 겹쳐 올리면서.

그렇게 ‘나르시스’도 작가만의 상징을 입게 됐다. “자신의 환영과 사랑에 빠져 비극적 최후를 맞는 신화 속 인물을 오늘의 일상에서 재현되는 자기애에 비유했다”고 했다.

17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BB&M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팰린드롬’(Palindrome)에서 볼 수 있다. 팰린드롬은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말이 되는 단어를 뜻하는 말. 작가는 여기에 끝없이 반복될 수 있는 낱말·숫자·문자열이란 의미까지 보탰다.

우정수 ‘나르시스’(Narcissus·2022), 캔버스에 아크릴·잉크, 116.8×91㎝(사진=BB&M갤러리)
우정우 ‘나무패턴’(Pattern with Trees·2022), 캔버스에 아크릴, 116.8×91㎝(사진=BB&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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