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간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간수치가 아니라 바이러스 수치에 근거해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 최원묵 교수팀이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수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당 1백만 단위(6 log10 IU/㎖) 정도였던 환자들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해당 환자들은 장기간의 간염 치료 중에도 간암 발생 위험도가 50%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백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이러한 관계는 간염 치료 중에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현재 B형간염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간염 치료를 조기에 시행한다면 간암 발생자 숫자를 최대 6분의 1로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해 의의가 크다.
연구결과는 소화기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GUT’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향후 국내외 B형간염 치료지침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국내 5개 대학병원(서울아산병원, 경희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을 평균 7.6년간 추적관찰했는데 그 가운데 193명에서 간암이 발생했다. 반면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 중에서는 322명에게서 간암이 발생했다. 이로 비추어 볼 때 간염 치료는 간암 발생 위험을 전체적으로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 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인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 반면 바이러스 수치가 1백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매우 적거나(1만 단위 미만) 매우 많은(1억 단위 이상, ≥8 log10 IU/mL)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다. 종합하면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에 비해 1백만 단위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의 간암 발생 위험은 최대 6.1배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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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간암 발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간암 발생 위험과 연관이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암을 잘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을 때(1억 단위 이상, ≥8 log10 IU/mL) 또는 상당히 낮을 때(1만 단위 미만) 간염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결국 간암 위험도를 낮게 유지하려면 복잡한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B형간염 치료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매우 복잡하다. 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 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AST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 IU/L) 이상이어야 한다.
임영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 2천 명의 간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다보니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mL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면 1년에 약 3천 명, 향후 15년간 약 4만여 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B형간염 치료시기를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앞당길 경우, 간암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적인 비용 부담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도 이미 입증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