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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략 핵잠수함은 핵위협”...한반도 ‘핵대핵’ 공포감 조성

윤정훈 기자I 2023.07.21 11:25:33

北국방상 “핵잠수함 전개 핵무기 사용조건 해당”
강대강 학대핵 구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
자신들의 도발 책임 전가 및 명분 쌓기
한미 확장억제 정책에 北 위기감 커져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북한이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기항을 두고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한다며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을 거론한 것을 두고 안보 전문가들은 핵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을 목적의 담화라고 분석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공조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대응책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 강순남 국방상.정치국 후보위원(사진=노동신문)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20일 오후 담화를 내고 “미 군부 측에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 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상기시킨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강 국방상은 “우리 국가의 ‘정권종말’을 입에 올리는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깡패 집단에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어서 자기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두 번 다시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가장 비참한 선택으로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미국은 핵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 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SSBN737)를 42년만에 우리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시켰다. 이에 북한은 국방상 담화를 통해 어느때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 해군의 전략핵 잠수함인 켄터키함(SSBN 737, 사진 가운데)이 18일 부산작전기지로 입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한반도에서 ‘핵대핵’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핵대응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의도라며 “향후 확장억제 강화에 대응해 강대강 학대핵 구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자신들의 핵독트린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자신들이 방어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조건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큰 틀에서 자신들의 도발에 대한 책임 전가와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미가 북한에 대해 강력한 확장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북한에서 느끼는 위기감도 큰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측이 느끼고 있는 안보위기감의 높고 깊은 수준과 정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연속적 담화와 강순남 국방상의 담화는 북한측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결이 다른 안보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임 교수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더 압박하고 코너에 몰 경우 북한이 무리수를 던질수도 있다”며 “무리수는 끔찍한 핵충돌 시나리오 현실화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2021년 이후 ‘핵대국’을 완성하기 조치를 해왔는데 이게 북한의 선택지를 구속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한 ‘경로종속성’이 북한의 내구력 유지에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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