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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모빌리티 시장 장악 나선 정의선..그랩에 2.5억불 추가 투자

피용익 기자I 2018.11.07 09:11:09

동남아서 전기차 활용한 혁신 모빌리티 프로젝트 가동
현대 1억7500만불·기아 7500만불..단일 투자로 역대 최대
내년 초 200대 시작으로 그랩에 전기차 지속 공급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Grab)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세계 3위인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을 선점하고, 전기차(EV) 판매 확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2억5000만달러(약 28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현대차(005380)가 1억7500만달러(약 1990억원)를, 기아차(000270)가 7500만달러(약 850억원)를 각각 투자한다.

앞서 현대차가 지난 1월 투자한 2500만달러(약 284억원)를 합치면 현대·기아차의 그랩에 대한 총 투자액은 2억7500만달러(약 312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투자 규모는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역대 최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한 포럼 행사장에서 만나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랩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물론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을 신중히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며 “신속하게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 진입해 시장 선점의 기회를 갖게 되는 동시에 전기차 모델에 대한 고객 경험을 강화해 혁신 기업 이미지를 더욱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CEO가 지난 6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 제공)
◇ 전기차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

현대·기아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협력의 첫 단계로 내년부터 그랩 드라이버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활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싱가포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현대차는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 측에 최초 공급한다. 향후 기아차도 자사의 전기차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랩 소속 운전자들은 그랩으로부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대여해 카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낸다.

3사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 및 탑승객 만족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전기차 카헤일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한다. 이후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드라이버 대상의 유지 및 보수, 금융 등 EV 특화 서비스 개발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최적화된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동남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업체 등 파트너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는 전기자동차의 신흥 허브가 될 것”이라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EV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 파트너사”라고 강조했다.

밍 마 그랩 사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기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최상의 접근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 세계 3대 차량 공유 시장 동남아

동남아시아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서비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량 공유경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동남아 차량 공유경제 시장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은 약 460만 건으로, 차량 공유서비스 선진시장인 미국의 500만 건에 육박할 정도다.

그랩은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중국의 디디, 미국의 우버에 이어 글로벌 차량 공유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랩은 2012년 설립돼 현재 동남아시아 카헤일링 서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누적 25억 건의 운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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