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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마음에 든다…감옥 두렵지 않아"(종합)

김정남 기자I 2023.09.18 10:18:04

트럼프 전 대통령 NBC 방송 인터뷰
우크라전·대만 방위 등 '모호성' 입장
기존 서방 진영과는 입장 달라 주목
"감옥 두렵지 않아…결국은 이길 것"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이 마음에 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와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포함해 모든 뜨거운 이슈들을 수주 내에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최근 언급한 것을 두고 “그것은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NBC)


“우크라전, 모두에게 공평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그렇게 하면 협상 카드를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것(the apple of his eye)”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모두에게 공평한 거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패와 관계 없이 두 나라의 협상을 통해 바로 끝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지하고 있는 서방 동맹국들의 입장과는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그의 재집권 가능성이 전 세계에서 주목 받는 큰 이유 중 하나다. NBC는 “트럼프는 푸틴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오랜 기간 거부해 왔다”며 “때때로 그를 노골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북러 정상회담 기간 중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 기소된 것은) 정치적인 기소”라고 한 것을 두고 호응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는 “(내가 집권했다면) 러시아는 전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유가가 오르면서 전쟁을 치를 돈을 갖게 됐는데, 유가를 올린 것은 바이든이었다”고 비판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회 난입 사태 선동, 백악관 기밀 문서 유출, 성인물 배우 입막음, 조지아주 선거 결과 번복 시도 등 4건에 대해 기소됐다. 이같은 사법 리스크에도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 매치’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주목 받고 있다.

“대만 군사 개입, 언급 않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서방 진영과 달리 다소 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내년 대선에서 대만 유사시 방어 공약을 천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시 군사 개입을 할 것이라고 명시한 바이든 대통령과는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그것을 말하면 거저 주는 것”이라며 “오직 어리석은 이들만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과 같이 확고한 추진 방향을 내놓지는 않은 셈이다. 이는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처럼 국제 분쟁에 돈을 대거 쓰지 않겠다는,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 ‘미국 고립주의’를 더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또 ‘지난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거 개입을 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민주주의는 가장 효과적인 정부 형태”라면서도 “공정한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울러 미국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하원의 관련 상임위원회에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 착수를 지시한데 대해서는 “(민주당에 대한 보복의 일환은) 절대 아니다”며 “나는 그(매카시 의장)에게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형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가는 게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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