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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불안한 정세에 전 세계의 눈이 쏠려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0개월이 흘렀고, 아직 어느쪽도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두 개의 전쟁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갈등 조정을 위해 이스라엘을 직접 찾았지만 중동 내 반(反)미·반이스라엘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미리 예상하고 수차례 경고를 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했고 한달이면 끝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쟁의 발발부터 기간, 확전 여부, 승패, 여파 등 전쟁을 둘러싼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하지만 두 개의 전쟁을 통해 본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바로 대규모 민간인이 희생되는 참사를 피할 수 없다는 것. 전쟁법이라 불리는 국제법은 전쟁터라는 장소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축제장에 난입해 무차별 살상을 저지르고 민간인을 인질로 끌고 간 하마스. 하마스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속에 물, 전기도 모자라 인도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들. 아이들을 포함한 500여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병원 피폭사건.이스라엘의 공습이냐 팔레스타인 내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냐를 두고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인이 희생된 교전은 수없이 이어졌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서쪽 부차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이다. 전쟁 초반 러시아군에 점령당했다가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이 도시에서 400여구의 민간인 시신 더미를 확인한, 전쟁의 잔혹함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이미 벌어진 두 개의 전쟁. 전 세계 어느 분쟁지역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발발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중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협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국론분열로 정보체계의 틈을 보이면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소모적인 이념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안보 공백은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때다. 이스라엘을 반면교사 삼아 전쟁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면밀히 분석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쟁이 일단 발발하면 늦는다. 그것이 국지전이라 할지라도 기간, 승패와 상관없이 민간인 희생을 또 목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