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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끊고 끝내 여성 2명 살해…법무부 전자감독 구멍

남궁민관 기자I 2021.08.29 18:22:19

지난 27일 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 연쇄살인
29일 자수하면서 살인도 함께 자백해 충격
법무부 재발방지 약속했지만, 책임론 불가피할 듯
대상자·훼손사례 증가 속 박범계는 '기술'만 언급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던 50대 남성이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법무부 전자감독제도 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훼손은 기술적 영역이라 원천 차단이 어렵다지만, 이번 사건을 저지른 남성은 이미 전과 14범으로 주요 관리 대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무부의 미흡한 관리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현재 시행 중인 전자발찌를 시험 착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과 14범 전자발찌 끊고 도주해 2명 살해

2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강모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 31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노상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뒤, 이날 오전 7시 55분 송파경찰서에 자수했다. 충격적인 것은 강씨가 전자발찌 훼손 직전 여성 1명, 전자발찌 훼손 후 도주한 뒤 또 다른 여성 1명을 각각 살해한 사실을 자수와 동시에 자백했다는 점이다. 강씨 자백을 듣고 급히 살인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강씨가 끌고 온 차량과 자택에서 각각 시신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강도강간과 강도상해, 절도 등 처벌 전력만 총 14회에 달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그는 만 17세때 처음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 강도강간, 절도 등으로 총 8회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폭력 전력도 2회 있는데 1996년 10월 길을 가던 30대 여성을 인적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수차례 폭행 후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해 징역 5년을, 2005년 9월에는 차량 안에서 흉기로 20대 여성을 위협한 후 금품을 빼앗고 추행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지난 5월 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 5년 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고 법무부로부터 전자감독을 받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시 즉각적인 대처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한 듯 철저한 대책 마련을 공언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 사실을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관제요원이 확인하고 즉각 112 상황실 및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출동을 요청했다”며 “훼손사실을 통보받은 서울·경기 지역 10개 보호관찰소 및 송파경찰서 등 8개 경찰서가 공조해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검거 압박을 느낀 강씨가 자수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전자감독제도 구멍…박범계는 ‘기술 탓’

문제는 강씨가 다수의 성범죄는 물론 무려 14회에 달하는 처벌 전력이 있는 요주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법무부가 철저히 전자감독에 나섰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가석방 확대 실시 추세로 전자감독 대상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데다, 강씨와 같은 주요 관리 대상자들이 심심찮게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전자감독대상자는 7월까지 8166명으로, 이미 지난 한해 6044명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10년 전인 2011년 1561명에 비해서는 5배 넘게 급증한 수준이다. 이중에는 성폭력 2975명, 살인 699명, 강도 189명, 유괴 16명 등 강력범죄자들이 절반에 이른다. 반면 현재 법무부 전자감독 인력은 281명, 1대 1 전담인력은 19명에 그쳐 즉각적이면서도 세밀한 관리가 녹록지 않다는 게 법무부의 항변이다.

전자발찌 훼손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8년 23명, 2019년 21명, 2020년 13명, 그리고 올해 역시 7월까지 총 11명이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훼손 후 도주한 이들 중 2명은 현재까지 검거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리센터를 방문한 이후 벌어졌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당시 전자발찌 훼손 방지 대책을 묻는 질문에 박 장관은 “기계를 가지고 절단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 기기에 대한 훼손이나 절단 시도를 불가능한 기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답하며, 사실상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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