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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해빙] 봄바람 부는 한반도, 南·北·美 가야할 길은 멀다

김성곤 기자I 2018.03.11 17:46:15

4월 남북정상회담·5월 북미정상회담…文대통령 남북미 3각 외교전 승자
‘코리아 패싱’ 수모에도 전략적 인내…김정은·트럼프 전격적 대화참여 유도
남북·북미정상회담 합의 장밋빛 전망에도 가야할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
北 합의 파기 전례·트럼프 즉흥적 성격 변수… 정상회담 불발에 그칠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조속한 만남을 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불가능으로만 여겨졌던 메가톤급 외교 이벤트가 순식간에 확정됐다. 불과 수개월 전 전쟁 일보 직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마저 우려됐던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다만 4월말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까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이번 남북미 3각 외교전의 최대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해 7월 베를린구상 발표 이후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서 대한민국 소외 현상)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문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빛을 발한 것이다. 북미 양국은 그동안 거친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벼랑끝 대치를 이어왔다. 지난 1월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른바 ‘핵단추’ 공방을 벌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북미중재에 분단 이후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과거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지미 카터·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과 만난 적은 있지만 현직 대통령과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는 건 처음이다.

시작이 반이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4월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만 합의됐을 뿐 구체적 시기, 의제, 장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들이 속출할 수 있다. 과거 북한이 비핵화 합의에도 약속을 파기한 전례가 적지 않다. 또 사안에 따라 180도 돌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성격이 회담 합의를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특사파견이나 고위급 채널을 통한 조율 과정에서 양측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수도 있다.

최대 쟁점은 역시 ‘비핵화’다. 우선 북미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슈에 대한 보다 진전된 조치가 필수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일 대북특사단 접견에서 체제안전 보장시 핵포기 의사와 대화국면에서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단이라는 파격 메시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핵동결 조치를 이끌어낸다면 금상첨화다.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 5.24 조치의 해제 여부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단초도 마련할 수 있다.

전초전 성격의 남북회담이 끝나면 이제 북미회담이다. 북미회담은 북핵폐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 위원장의 추가 메시지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미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통근 제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 수락하는 파격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미가 핵폐기와 북미수교를 맞교환하는 포괄적 타결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0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면서 “(북한은) 화해를 원한다고 본다. 가장 위대한 타결을 볼지도 모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과 핵미사일 도발 중단이라는 양보를 고리로 바로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에 대한 미국내 우려가 적지 않아 북미정상회담이 불발에 그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북한이 직접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 큰 양보라는 오해가 있다. 과거의 대통령들은 거부했다. 그래서 정상 회담은 김에게 커다란 선물이 된다”며 “북미간 접촉이 무산될 경우의 수는 많다. 오히려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되면 예전보다 심각한 긴장 고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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