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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확 바꿔보겠다”…정인영·이혜민·이근주 3파전

최훈길 기자I 2022.02.13 16:00:21

17일 핀테크산업협회장 선거, 뜨거운 막판 선거전
전금법·금소법 개정 등 ‘핀테크 규제혁파’ 한목소리
정인영 ‘기술’, 이혜민 ‘창업’, 이근주 ‘경륜’ 강점
누가 돼도 차기정부서 ‘핀테크 파이터’ 역할할듯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334개 핀테크 기업을 이끌 신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자리를 놓고 선거전이 치열하다. 차기정부의 핀테크 산업 규제 혁신을 위해 앞장서야 할 자리여서다. 세 명의 후보들은 기술, 창업, 경륜 등 각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금융판을 확 바꿔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후보 기호순 정리, 주요 공약은 협회에 제출한 내용 요약. (사진=김태형 기자, 자료=각사 종합)


핀테크 규제혁파 1순위로 내건 후보들

13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오는 17일 정기총회를 열고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 이혜민 핀다 대표,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원장(이상 후보 기호순) 중에서 제4대 협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협회장 임기는 2년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추대를 받아 각각 1~2대 협회장을 맡았다. 3대 협회장은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377300) 대표와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가 경합해 류 전 대표가 선출됐다. 3파전으로 치르는 선거는 협회 창립 이후 처음이다.

이는 핀테크 업계 규모·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협회 회원사는 현재 344곳으로 불어났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지급결제 회사,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 등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크라우드펀딩, 보안인증 기업까지 회원사다.

오는 5월 차기정부 출범과 맞물려 있어 정부와 가교 역할을 해줄 협회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의결권 중 50%는 1사1표, 나머지 50%는 회비 납부 금액에 따라 비례해 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디지털 시장 전반에 대한 견제가 많아지고 있어 현안에 대한 파이팅을 해줄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보 3명 모두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핀테크 산업을 키우기 위한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대표적인 현안은 △핀테크 기업의 전자금융업 진입 문턱을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처리 △업무망과 인터넷망 분리를 엄격하게 한 망분리 규제를 완화해 핀테크 서비스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이다. 혁신 서비스인 마이데이터를 활성화하는 것도 공통 공약이다.

정인영 후보는 “한국만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가 되면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며 “예금 상품 비교,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는 서비스 등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금지된 규제를 풀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후보는 “이대로 가면 금융의 미래가 없어진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개정해 보험 비교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주 후보는 “규제 때문에 핀테크 산업이 발목 잡혀 있다”며 “전금법 개정안부터 1순위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정부 출범 맞물려 치열한 선거전

이들 후보들은 규제혁파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각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해 세 후보 중 유일한 공대 출신이다.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 출신인 그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았다. 최근에는 배우 전지현이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서비스인 핀트(fint) 광고를 하고 있다. 그는 “iMBC에서 개발·기획 경험도 있어 기술, 콘텐츠, 서비스 이해도가 높다”며 “기술을 통해 서비스와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민 후보는 20대였던 2011년에 글로시박스(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시작으로, 베베엔코(유아용 식재료 구독), 눔코리아(건강관리앱), 핀다까지 4차례 창업을 했다. 창업 과정에서 ‘대출 퇴짜’를 맞자 포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대출받도록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핀다를 창업했다. 작년 초 핀다 직원이 20여 명이었는데 올해는 약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 경험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주 후보는 IBK 기업은행 전산정보부, 뉴욕지점, 국제업무부, 스마트금융부 등 금융 경험이 많은 전문가다. 핀테크산업협회 설립준비국장·사무국장도 맡은 경험이 있어 협회 태동기부터 핀테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챙겨왔다. 최근에는 동국대 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학과도 졸업해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그는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후보로서 핀테크 업계 전반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당국에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각각 100명 이내 직원을 가진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핀다는 협회장 선거를 통해 차기정부에서 회사도 함께 커가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서울시와 제로페이·서울페이플러스를 놓고 최근에 이견이 벌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선 상황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은 “앞으로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 출신 시중은행장이 나오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협회장 선거 이후 차기정부에서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나와야 금융 혁신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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