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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기업, 美에 44조원 투자…'경제 협력→동맹 진화'

신민준 기자I 2021.05.23 16:05:30

韓美비지니스 라운드 테이블서 현지 투자 계획 공개
삼성전자, 19조원 규모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
현대차, 8조원 규모 전기차생산·충전인프라 확충
SK하이닉스, 1조원 규모 AI·낸드 솔루션 R&D센터 설립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16조원 규모 신규 투자

[이데일리 신민준 김정유 김영환 기자]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총 44조원(394억달러) 규모의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한미 외교전에서 든든한 측면 지원에 나선 것이다. 국내 4대 그룹은 이번 투자로 미국과의 관계가 경제동맹 수준으로 진화하는 동시에 첨단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과 협업으로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한층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가운데)이 지난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배터리, 대미투자 핵심

국내 4대 그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비지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대규모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4대 그룹의 대미(對美)투자 핵심은 반도체와 배터리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속에서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 승리를 위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 4대 그룹은 바이든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반도체 분야는 세계적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구축에 총 170억달러(약 19조1675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인 지역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에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파운드리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규 파운드리에 5나노미터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후보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후보지 지방정부와 협상을 급하게 마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오스틴)을 비롯해 뉴욕(버팔로), 애리조나(피닉스)주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를 구축 중인 만큼 세제혜택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파운드리 설립 지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 파운드리인 2캠퍼스(P2)와 3캠퍼스(P3)를 구축 중이다. 5나노미터 EUV 공정 파운드리와 D램, 6세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P2는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10나노 초반급 EUV D램과 7세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점쳐지는 P3는 2023년에 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로 경쟁사인 대만 TSMC의 대미 투자 확대에 대응할 수 있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 세계 1위 목표 달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 밸리에 인공지능(AI)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에 10억달러(약 1조1275억원)를 투자해 설립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인수를 결정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와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전문설계기업) 등 미국 반도체기업들과 협력 강화도 예상된다. 퀄컴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등과 앞으로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층 공고해진 韓美 배터리동맹

LG(003550)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등 배터리기업은 합작 또는 단독투자를 통해 약 140억달러(약 15조785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투자로 한미간 배터리동맹이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6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간 합작법인은 블루오벌에스케이로 이름 지어졌다. 총 6조원이 투입돼 오는 2025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60GWh는 포드의 주력 제품군인 전기 픽업트럭 약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설립 중이다.

양사는 2개의 합작공장에 5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12월 제1 합작공장 투자 발표 이후 올 4월 제2합작공장 투자를 선언하는 등 공격적으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현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본격적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그린에너지 분야에만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한다. GM과 포드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전기차 업체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인프라 확충 등에 총 74억달러(8조3435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제품 경쟁력 강화와 생산설비 향상 등에 대한 투자 외에 전기차·수소·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자금을 집행한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며 현대차는 내년 중 첫 생산을 시작한다. LG전자(066570)도 기존에 3억6000만달러(약 4060억원)를 투자해 2018년 말부터 가동 중인 테네시주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에 약 2000만 달러(23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LG전자는 이번 투자로 미국 내에서 연간 120만대 이상의 세탁기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4대 그룹의 이번 투자로 첨단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미국과 북미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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