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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지각변동' AI 칩워 시대 왔다

김정남 기자I 2024.01.28 17:25:42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삼성·SK와 전격 회동
AI SW 능한 오픈AI, 이제 반도체 HW도 넘본다
삼성과 HBM 조달·파운드리 협업 가시화하나

[이데일리 김정남 김응열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전 세계에 AI 붐을 일으킨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또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최고위 경영진과 전격 회동한 것은 새로운 ‘칩워’(chip war)의 상징과 같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소프트웨어 진영이 AI 하드웨어까지 직접 넘보는 무한경쟁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28일 반도체업계와 존페디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전 세계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87%를 점유했다. AMD(10%), 인텔(3%)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1년 전(80%)보다 7%포인트 더 늘었다. 노트북용의 경우 94%에 달했다. 오픈AI 같은 업체들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면 고성능 GPU가 필수적인데, 이 시장을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올트먼 CEO가 지난 25~26일 전격 방한해 한국 기업들과 만난 것은 이같은 현실을 깨려는 ‘탈(脫)엔비디아’ 행보의 일환이다. 올트먼 CEO는 26일 오전 9시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등과 협업을 논의했다. 사정에 밝은 한 업계 인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 논의가 주로 테이블 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AI를 구동하려면 GPU와 함께 HBM이 반드시 필요한데,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오픈AI가 GPU 직접 개발에 나설 경우 그 위탁 생산을 삼성전자가 맡는 방안까지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 CEO는 이후 서울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HBM 협력을 논의했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만났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가 (칩 설계부터 생산, 파운드리까지 가능한) 평택캠퍼스를 공개한 건 주문만 해주면 모두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오픈AI는 챗GPT 소프트웨어를 통해 AI 붐을 일으킨 회사다. 그런데 이제 하드웨어까지 넘보는 것은 현재 공급 부족 사태에 허덕이는 AI 반도체의 수급이 AI 시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올트먼 CEO가 최근 만난 대만 TSMC·일본 소프트뱅크(영국 팹리스 ARM 소유)·아랍에미리트(UAE) G42 등은 모두 칩워 시대를 대비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기업들이다.

낸드리서치의 스티브 맥도웰 최고분석가는 “반도체 개발을 향한 올트먼 CEO의 행보는 AI 수직 계열화와 하드웨어 맞춤화를 위한 더 큰 트렌드를 보여준다”며 “새로운 반도체 경쟁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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