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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견' 경태 주인, 후원금 먹튀 의혹…SNS 계정도 삭제

권혜미 기자I 2022.04.01 10:07:09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유기견이었던 ‘경태’를 화물차에 태우고 함께 일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다.

앞서 지난달 ‘경태’의 주인 A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로워들에게 거듭 후원을 요청했다. 경태를 포함해 번식장에서 구조된 ‘태희’의 수술비와 생활비 등이 후원금을 부탁하는 주된 이유였다.

지난 5일 A씨는 ‘천원 릴레이’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며 “저 혼자 몸이라면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아픈 아이가 둘이니 정말 힘이 든다. 천원 릴레이 한 시간만 해주시면 투명하게 잔고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

택배견 경태(왼쪽)와 주인 A씨가 후원을 해달라고 요청한 다이렉트 메시지.(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한 사람당 1000원씩 모은 후원금은 빠른 시간에 큰돈이 됐고, A씨는 후원금의 20%를 제외하고는 전부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통장 내역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경태와 태희의 이모티콘과 굿즈를 판매한다는 홍보 게시물을 올리면서 또다시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엔 “경태와 태희가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굿즈 판매 수익금은 모두 치료비로 사용하겠다”며 사진을 공개했고, 다음날엔 누군가 화물 차를 박은 채 도망가 일을 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A씨는 자신의 계좌번호도 함께 적어두었다.

도움글이 잦아지자 누리꾼들은 후원금이 실제로 경태와 태희에게 쓰이는지 의심을 하게 됐고, 심지어 A씨가 카페와 SNS뿐만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후원금을 요구했다는 메시지 캡처본까지 등장했다.

(사진=A씨 인스타그램)
누리꾼들이 거듭 문제를 제기하자 A씨는 후원자 모임 측에 “허위사실에 대응하겠다”는 말을 남겼고, 후원자들은 “영수증만 공개하면 된다”고 대응했다.

끝내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A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모두 지우고 결국 계정을 삭제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택배기사가 키우는 반려견이 트럭에 방치됐다”는 글이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작성자는 “화물차에 타고 있는 강아지가 너무 위험해 보인다”며 동물학대 의혹을 제기했지만, A씨가 화단에서 뼈가 부러져 누워 있던 경태를 입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인기에 힘입어 CJ대한통운은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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