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18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통적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기존 보험사들은 시장을 떠나고 있는 반면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 위해 경성+연성정보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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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원장은 보험사들이 단순한 ‘경성정보’에 의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성정보는 점유율, 매출액, 손해율처럼 숫자로 명확히 보여주는 계량정보를 말한다. 하지만 빅테크들은 ‘연성정보’까지 취급한다는 게 안 원장의 지적이다. 연성정보는 태도, 성향, 인식, 스타일 같은 숫자화되지 않은 정보를 말한다.
그는 “기존 보험사들이 ‘홍길동이 사고가 몇 번 났나’, ‘얼마나 크게 났나’ 등의 단순한 경성정보에 의존한 채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반면, 보험업에 새로 등장한 빅테크사들은 ‘홍길동이 어떤 영화를 보나’, ‘어떤 커피를 좋아하냐’의 ‘연성정보’를 모으고 이를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빅테크들이 확보하는 정보의 수준이 더 넓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빅테크사들의 보험진출이 보험시장 지형을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 원장은 “예전에는 보험을 가입할 때 계약할 때와 보험금 청구 시 등 최소 두 번 정도 소비자와 접촉했는데,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온디맨드(on demand, 언제든지) 시장이 생겨났다”며 “앞으로 플랫폼·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자동차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소비자가 보험사에 전화해 해결하는 게 아니라, 보험사가 사고 즉시 연락을 하고, 긴급출동을 요청했을 때 실시간으로 오는 곳을 알려주는 실시간 연결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기존 보험사들이 디지털전환을 위해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들의 역량이 디지털 전환 성공을 좌우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현재 보험 주 소비층은 아니지만, 디지털을 대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세대는 곧 주 소비층이 되고, 이들은 보험을 완전한 비대면 시대로 이끌 것”이라며 “준비가 되지 않은 보험사들이 MZ세대와 만나 극적인 전환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전환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CEO의 역량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기술과 데이터의 외부요소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 등 독립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짜야한다”고 전했다.
‘디지털=플랫폼 아냐...’ 고객끌어들이는 전략 필요
물론 보험사들도 최근 디지털전환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상태다.
실제 한 보험사는 플랫폼을 활용해 운전자ㆍ어린이보험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플렛폼을 통한 일별 유인수는 20건 미만에 불과했다. 저조한 유입을 극복하기 위해 보험사는 약 3만5000명을 대상으로 푸쉬성 마케팅 문자를 발송했으나, 당일 접속건수는 고작 34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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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보험사들이 디지털전환을 이유로 단순히 플랫폼을 이용해 영업을 펴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해외 보험사들처럼 상품개발ㆍ위험료 산출ㆍ보상프로세스 등 보험사의 본질적인 업무 영역에 걸쳐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플랫폼과 결합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그는 “개별회사가 디지털전환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협회나 보험개발원 등 유관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공동비용을 통해 투자를 하는 것도 하나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