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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엔 1300만원, 가정부는 일당 1만원”…회장님이 너무해

이로원 기자I 2024.06.19 10:52:32

英 65조 최고 부호의 민낯
가사도우미 착취 혐의로 실형 위기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순자산만 65조에 달하는 영국의 최고 부호 가족이 별장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노동을 착취하고 인신매매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법원에 도착한 영국 억만장자 가문의 아제이 힌두자(왼쪽)과 그의 아내 남라타. 사진=EPA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위스 검찰은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형사 재판에서 힌두자 일가 4명에게 노동착취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힌두자그룹 유럽 회장 프라카시 힌두자(78)와 아내에게 각각 징역 5년6월을, 아들 아제이 힌두자 부부에게는 각각 4년6월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법정 비용으로 100만 스위스프랑(약 15억5000만 원)을, 직원 보상 자금으로 350만 스위스프랑(약 54억 원)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힌두자 가족은 순자산 370억 파운드(약 65조 원) 이상을 보유한 영국의 최대 부호로 영국에서 금융, 정보기술(IT), 부동산 등 수십 개 분야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최고급 스위트룸이 하룻밤 2만5000파운드(약 4400만 원)에 이르는 래플즈 호텔도 이 집안 소유다.

이들이 처음 노동착취 등의 혐의로 피소된 건 6년 전이다. 민사 사건은 지난주 직원들과 합의했지만, 형사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들 가족은 제네바 호숫가에 소유한 별장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한 여성에게 일주일에 7일, 하루 최대 18시간을 일하게 하고도 일당으로 현지 임금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고작 7스위스프랑(약 1만 원)을 지급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반면 이들 가족이 ‘반려견’을 위해 쓴 돈은 연간 8584스위스프랑(약 1332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검찰은 법정에서 “그들은 가사도우미 한 명보다 개 한 마리에게 더 많은 돈을 썼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용 계약서에 근무 시간이나 업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직원들은 언제든 대기 상태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하는 동안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고, 여권은 압수당하고 고용주 허락 없이는 별장을 떠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힌두자 가족 측 변호인단은 ‘존엄과 존경’으로 대우받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검사가 급여를 오도했다고 반박했다.

또 직원들에게 식사와 숙박도 제공되기 때문에 급여만으로는 정확히 그들의 보수를 설명할 수 없으며, 하루 18시간 일했다는 것도 과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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