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완화 목소리 높이는 北…북미대화 줄다리기 길어지나

원다연 기자I 2018.11.11 15:15:02

고위급회담 연기 뒤 北 연일 대미 비난 수위 높여
펜스 "전례없는 대북 외교적·경제적 압박 계속될것"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중간 2+2 외교·안보 대화를 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 이후 제재완화를 둘러싼 북미간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에 미국은 ‘선비핵화 후제재완화’ 기조를 재확인하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어 북미간 대화 재개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지난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되며 북미대화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져든 상황에서 북한이 연일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1일 북한은 대외선전매체인 아리랑의 논평을 통해 “미국은 북남관계문제에 끼어들어 훈시질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조미관계개선을 위해 응당 제 할 바를 해야 하며 북남관계를 가로막는 것이 곧 제 앞길을 망치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상응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한미간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등을 논의하는 워킹그룹 구성에 대한 비난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북한의 또 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규탄을 불러일으키는 실무팀 조작놀음’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지금처럼 북남관계에 빗장을 질러대며 간섭과 전횡을 일삼는다면 대중적인 반미기운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워킹그룹을 두고 “소통기구가 아닌 통제기구”라고 지적한 데 이어 연일 비난을 이어간 것이다. 미국이 워킹그룹의 활동으로 제재이행에 방점을 둔 만큼 워킹그룹 비난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대북 강경메시지를 내놓으며 이같은 북한의 요구를 맞받아 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순방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배가 아닌 협력을 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분명히 밝히건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포함한 압박 캠페인을 유지할 것을 모든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선비핵화 후 제재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지난 9일(현지시간) 미중 2+2 외교안보대화 이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 중국의 협력은 이 중요한 비핵화 이슈의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북제재 질서를 재정비했다.

북미가 향후 회담에서 꺼내놓을 제재 의제를 놓고 가외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도 관영매체가 아닌 선전매체를 통해 수위를 조절하면서 협상의 판 자체를 깨지 않으려는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 역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 전략을 재정비하면서 재개되는 북미 대화에서 던져야 할 카드를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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