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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교통은행, 판매상품 투자손실로 고객항의 극심

하정민 기자I 2004.07.06 11:07:02

판매대행 펀드 수익부진으로 고객 1040만불 손실
고객들 연좌농성..중국 금융권 취약성 또 입증

[edaily 하정민기자] 경제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받는 중국 금융권의 허술한 체계가 또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중국 5위 은행인 교통은행은 판매를 대행한 투자신탁 상품의 수익 부진으로 고객들의 극심한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통은행이 진신자산운용이란 신탁회사의 펀드 상품을 교통은행 고객에게 판매했다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6일 보도했다. 교통은행은 진신자산운용 펀드를 통해 연 5.2%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많은 고객들에게 펀드에 돈을 예치하라고 권고해 왔다. 그러나 올들어 중국 주식시장 하락으로 진신자산운용은 투자 수익을 내지 못했다. 결국 1년 만기일인 지난 2일 투자자들은 수익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고 문제가 터졌다. 펀드에 투자한 교통은행 고객들의 총 손실금액은 무려 1040만달러에 달한다. 당연히 고객 반발이 빗발쳤다. 투자손실을 입은 고객들은 사태가 발발한 2일부터 교통은행 본점 로비에서 거센 항의 시위에 돌입했다. 매일 50명 가량의 고객들이 사태 해결을 외치며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물리력을 동원해도 시위는 좀처럼 그칠 줄 모른다. 고객들은 "비록 교통은행이 상품판매 대행회사이긴 하지만 `진신자산운용`이 아니라 `교통은행`의 간판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교통은행이 상품판매 대행을 통해 진신자산운용으로부터 판매액의 2%를 받기로 한 만큼 교통은행도 당연히 투자손실에 대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상품에 투자했다 돈을 날린 35세의 데이빗 우는 "진신자산운용이 이 상품을 팔았다면 우리는 돈을 넣지 않았을 것"이라며 펀드는 사실상 교통은행의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교통은행측 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6일부터 투자손실을 입은 고객들에게 법적자문을 제공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로 중국 금융권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영국 HSBC가 추진하고 있는 교통은행 지분 매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스캔들이 부실한 중국 금융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그간 4대 국영은행의 금융개혁에만 힘써왔기 때문에 중소 금융기관의 알려지지 않은 부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한 증권업 전문 변호사는 "펀드 상품은 당국 규제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부실과 불법 운용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공식 집계 수치로만 중국 내 신탁상품 판매액이 27억달러에 달해 언젠가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 짐작했다"며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 감독당국의 안이한 자세도 이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말해 분쟁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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