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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아쉬운 투명경영…셀트·삼바·SK바사 ‘모범생’

왕해나 기자I 2021.05.23 15:45:40

1분기 매출 상위 20개사 중 10개사만 준법지원인 선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둔 회사는 5개사에 그쳐
셀트·삼바·SK바사 등 이사회 내 3, 4개 위원회 설치
동아, 유한, 중외 등 투명경영 관련 조직 신설 활발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국내 산업계에서 ESG(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가 기업 평가의 중요 지표로 자리잡고 있지만, 제약·바이오업계의 투명경영 기조는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앞다퉈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는 다른 업계와는 달리 ESG 전담 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임의무가 있는 준법지원인도 갖추지 않은 회사가 다수다. 제약·바이오업계도 지속가능경영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1분기 매출 상위 20개 제약·바이오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현황을 살펴보면, 20개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11곳이었고 나머지 9곳은 상근감사를 선임한 상태였다.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상장법인은 상근감사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고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은 감사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에서 따라서다. 감사와 감사위는 회사의 업무와 회계 전반을 감독하는 내부감사기구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위해 의무화되는 분위기다.

셀트리온 인천 송도 사옥(왼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사진=각 사)
비교적 의무를 지키고 있는 감사위와는 달리 준법지원인 선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준법지원인은 기업의 경영진과 임직원이 정해진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회사를 적정하게 경영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상장사는 준법지원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으나 선임하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다. 이 때문인지 20개사 중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등 10개사만 준법지원인을 뒀다. 대웅제약은 준법지원인 선임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둔 회사는 더 적다. 사외이사추천위는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만이 사외이사추천위를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돼 있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약·바이오사는 구성 의무에서 쉽게 벗어난다. 20개사 중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동아에스티 등 5개사만 사외이사추천위를 설립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오랫동안 오너 중심의 경영체계를 유지해왔고 최고경영자를 감시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제약·바이오사들의 규모상 위원회 설치 의무에서는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경영투명성 제고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부 경영 감시를 위해 각종 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주로 대기업 계열사인 제약·바이오사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감사위, 사외이사추천위, 경영위, 내부거래위, 보상위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2월26일 주주총회에서는 ESG위원회를 신설, 전 위원을 사외이사로 꾸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감사위, 사외이사추천위, 내부거래위를 설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부거래시 공정성 및 적정성을 확보해 투명한 경영,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도출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감사위, 사외이사추천위와 더불어 이사보수한도에 대한 사전 심의 및 승인을 위한 성과보수위를 두고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제약·바이오사들도 투명경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아에스티는 감사위, 사외이사추천위와 함께 임원 보수 결정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평가보상위가 있다. 동아제약은 사회적가치위를 출범, ESG 가치 경영을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통로를 마련했다. 유한양행도 투명경영에 한 발을 내딛었다. 올해 3월19일자로 감사위와 사외이사추천위를 신설했다. JW중외제약은 2018년 사회공헌커미티를 신설한 이후, 기존 재단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하고 있다. 별도의 ESG 커미티 활동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바이오벤처 중에서는 마크로젠의 행보를 톺아볼만하다. 마크로젠은 지난 3월 ESG위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ESG위는 투명하고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 점검, 성과 및 문제점 관리·감독 역할 등을 수행한다. 환경분야 ESG 전문가인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사들이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ESG경영 등 최근 경영트렌드를 좇아가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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