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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민생 행보 나섰지만 ‘김 여사 논란’ 못 떨쳤다

박태진 기자I 2024.01.28 17:11:01

직무수행 부정평가 63%…9개월 만에 최고치
논란 해소 시급…대통령실, 회견·대담 놓고 저울질
“관권선거·당무개입”…압박 수위 높이는 野
민주당 “尹, 민생은 뒷전…선거에만 혈안”

[이데일리 박태진 김응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민생 행보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민생토론회와 현장 방문을 통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논란으로 여론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게다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에 대해 야권이 당무개입으로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하기 위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여사 문제’ 부정평가 상위권…비율 5% 넘긴 적 처음

28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63%로 전주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4월 4주(63%) 이후 9개월 만에 부정 평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충돌과 함께 당정 대립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부정 평가 이유를 보면 ‘경제·민생·물가’(16%)에 이어 ‘소통 미흡’(11%), ‘김 여사 문제’(9%)가 상위권에 올랐다. 김 여사 문제를 꼽은 응답은 전주 대비 7%포인트나 상승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과거에도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김 여사가 등장한 한 바 있다. 2022년 6월 봉하마을 지인 동행 논란, 같은 해 9월 김건희 특검법 발의, 지난해 2월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이 있었을 때도 김 여사가 언급됐다. 다만 언급 비율이 5%를 넘긴 적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라는 게 갤럽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을 시급히 해소하지 않는 이상 국정운영에 계속 리스크로 남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만나 사태 악화를 막고 지난 25일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의정부 시장을 방문하는 민생 행보를 재개했지만 김 여사 리스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 개최 문제만 하더라도 김 여사에 관한 질문이 나올 것을 우려해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회견을 통한 ‘정면돌파’는 피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대안으로 한국방송공사(KBS) 대담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민감한 질문을 피해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황을 여러 가지로 보고 계속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 저지 대책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회의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 저지 대책위 결성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당무 및 선거 개입을 지적하며 화력을 퍼붓고 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한동훈 위원장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9조와 85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85조는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28일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 저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며 윤 대통령을 고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대책위원회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대통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자신이 거절했다고 얘기하면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확실하게 드러났다”며 “대통령이 법 위반까지 하면서 선거에 개입한 것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병철 의원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및 공천 관여 수사를 주도하면서 관권선거가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실이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선거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통령실 인사들이 대거 총선 출마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정부는 검사 출신 측근들을 총선에 당선시키려는 목표하에 일관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총선을 위한 공직 사퇴 시한을 앞둔 지난 연말 3개월짜리 장관, 6개월짜리 차관들이 대거 총선으로 향하는 풍경은 윤석열 정부의 제일 큰 관심사가 민생이 아니라 선거라는 점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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