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 A씨는 막내딸 아파트 현관문 앞 복도에서 숙식하며 이같이 말했다. 딸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돌연 이사를 가버리면서 A씨는 자연스레 밖으로 내쫓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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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바깥 생활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동네 주민은 A씨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에서 며칠씩 잠을 잤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라고 증언했다.
비밀번호가 바뀐 이 집은 A씨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이었다. A씨는 이곳에서 2년간 딸과 함께 생활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은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A씨에게 집을 나가라고 통보하면서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그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라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 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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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라며 “보통 분 아니시다. 그런데도 낳아 준 부모라고 제가. 법대로 하시라고요. 제가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했다”라고 말했다.
과거 A씨는 남편과 동대문에서 유명 제화업체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당시엔 사업이 잘돼서 러시아에 수출할 정도였다고. 이후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를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서로 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막내딸이)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 그런 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줬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라고 했다.
A씨의 지인 역시 “아버지가 자식들 다 가게 하나, 집 한 채씩 해주면서 (막내) 딸을 좀 적게 준 것 같다”며 “아들은 딸만 그렇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딸은 딸이라 적게 줬다고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라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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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민법에 규정돼있는데 자녀들이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형이 가중처벌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막내딸은 “2000만원 보내면 짐 빼기로 약속하셨죠. 이삿짐 사람 불러두고 연락하면 바로 돈 보내겠다”라면서 A씨에게 2000만원을 보냈다.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간 A씨는 “어디든지 가야지. 갈 데 없어도 어디든지 발걸음 닿는 대로 가야지”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