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취약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은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규모는 1조 3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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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취약차주들을 중심으로 한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취약차주란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자영업자를 말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4조 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다. 저소득 및 저신용 자영업자 수는 올해 들어 각각 1만5000명, 3만2000명 늘었다. 대출을 연체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0.42%와 큰 격차를 나타냈다.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지난달까지 1조 3019억원 지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 1820억원)보다 10.1% 늘어난 것이다.
소상공인의 경영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금도 급증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갚아준 대위 변제금은 지난해 1조 7126억원으로 전년(5076억원)보다 대폭 증가했다. 올해 1~10월까지 대위변제금 규모도 2조 578억원으로 치솟았다.
정부는 올해 점포철거비 지원 대상도 늘렸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는 점포철거비는 올해 예정된 2만 2000건이 지난달 일찌감치 마감됐다
지난해 폐업자 수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더 불안하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총 98만 6487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B(44) 씨는 “바로 옆에 붙어있던 부동산과 핫도그집이 문을 닫았다”며 “인근 컵밥집과 치킨집도 모두 권리금을 포기하고 폐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도 요즘은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직이라 버티고는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절 대출로 가게를 연명해서 주변 가게들의 사정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성수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성수동에서 5년 넘게 거주 중인 C(44)씨는 “최근 즐겨 찾던 빵집이 문을 닫는 등 성수동 가게들도 줄줄이 폐업을 하는 것 같다”며 “팝업스토어들은 여전히 매주 새로 문을 열고 있지만 막상 지역 내 식당이나 카페들은 손님이 부쩍 줄어든 것 같다. 예약도 예전보다 쉬워진 편”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 여전히 ‘꽁꽁’…“내년도 쉽지 않아”
문제는 내년에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고스란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치일 뿐만 아니라 하락폭 자체로는 팬데믹 때인 지난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감소다.
소상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달러 현상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을 뿐만 아니라 내년도 경제상황이 안좋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