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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살해해도 ‘집행유예’ 나오는 이유...‘살인죄’와 달라

홍수현 기자I 2023.06.26 10:12:23

1953년 신설 '영아살해죄', 70년간 개정 X
6.25 직후 시대 상황 반영 '사정 있는 범죄'로 해석
최근 5년 판결, 대부분 집유...실형 1~3년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최근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두 아이를 살해한 후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후 ‘영아살해죄’에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아살해죄는 일반 살인죄와 달리 형량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사진=게티 이미지)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 적용되는 형법 251조 영아살인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는 최근 5년 (2018~2023년) 영아살해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50%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형도 대부분 1~3년을 선고 받았다. 형법에 명시된 징역 10년에 가까운 형량이 선고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건 해당 법이 제정된 1953년의 상황 때문이다. 당시에는 6.25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시대상황이 반영돼 영아살해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범죄’로 해석됐다.

실제 조문을 살펴보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으면 보통살인죄에 비해 형이 감경된다.

영아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지만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21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 폐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11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세계 아동학대 예방에 날에 맞춰 “영아살해죄·영아유기죄를 폐지해 보통의 살해·유기죄와 동일하게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무부 역시 영아살해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사진=게티 이미지)
반면 일각에서는 영아살해가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있다며 일방적인 형량 상향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불안정, 주위의 낙태 종용 등으로 (미혼모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이러한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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