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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지휘·조성진 연주…최고들이 선사한 귀호강

장병호 기자I 2023.03.05 20:00:00

[리뷰]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조성진,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
격정적이고 우아한 연주, 정명훈과 호흡 압권
475년 역사 자랑하는 독일 명문 악단 저력 확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1부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 중심에는 한국 클래식을 대표하는 두 명의 음악가, 지휘자 정명훈(70)과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있었다. 지휘를 마친 정명훈은 인자한 미소와 함께 조성진을 포옹하며 연주에 화답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드레스덴 슈카츠카펠레와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장면. (사진=롯데문화재단)
이번 공연은 475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명문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4년 만의 내한공연이었다. 이번이 7번째 한국 공연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역사상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된 정명훈의 고희를 맞아 특별히 한국에서만 진행하는 투어로 의미가 컸다.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하는 무대로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1부는 조성진이 협연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차이콥스키가 남긴 3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조성진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곡에 대해 “16세 때부터 쳤지만 유명한 곡이라 늘 부담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특별히 더 잘 연주하려고 하기 보다는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며 연주하려고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성진은 이날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우아한 연주로 각 악장마다 완급 조절을 하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장대한 대서사시와도 같은 1악장, 녹턴(nocturne, 야상곡) 분위기로 우아하면서도 차분한 2악장, 그리고 민속 리듬을 차용한 흥겨우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로 대미를 장식하는 3악장까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연주였다.

3악장에서는 정명훈과 조성진의 호흡이 더욱 빛났다. 정명훈의 지휘에 맞춰 하이라이트 부분을 연주하는 조성진의 모습은 40여 년의 나이 차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해도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무대였다.

조성진은 1부 앙코르 곡을 통해 관객에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새 앨범 ‘헨델 프로젝트’에 수록된 헨델 모음곡 ‘사라방드’를 연주했다. 새 앨범 수록곡을 중심으로 오는 7월 국내서 개최 예정인 조성진의 단독 리사이틀 무대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드레스덴 슈카츠카펠레와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장면. (사진=롯데문화재단)
2부는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정통 관현악 무대가 이어졌다. ‘미완성’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슈베르트 교향곡 8번, 그리고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중 서곡으로 공연을 장식했다.

이 중에서 ‘마탄의 사수’ 서곡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시그니처와 같은 곡으로 악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곡의 작곡가 칼 마리아 폰 베버가 1817년부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를 맡았기 때문이다. 1821년 발표된 ‘마탄의 사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가장 많이 공연한 오페라이기도 하다. 정명훈의 격조 있는 지휘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흠 잡을 곳 없는 연주는 그야말로 ‘귀 호강’이었다.

연주가 끝난 뒤 정명훈은 공연이 만족스러운 듯 관객에게 “오케스트라가 너무 잘하죠?”라며 인사말을 거넸다. 2부 앙코르 곡은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이었다. 정명훈은 “제가 특별히 사랑하는 브람스”라며 앙코르 곡을 소개했다. 브람스 특유의 고풍스럽고 구슬픈 연주로 객석에 여운을 안겼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정명훈, 조성진의 공연은 이날 롯데콘서트홀 외에도 지난 3일 세종예술의전당, 4일 인천아트센터,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오는 7일과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1·2번과 3·4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드레스덴 슈카츠카펠레와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장면. (사진=롯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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