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단교 이후 금융시장 '요동'…7년만에 '최악'

방성훈 기자I 2017.06.11 13:41:5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7개국이 ‘카타르 단교’를 선언하면서 대(對)카타르 투자자들이 지난 주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단교 선언 다음 날인 6일에는 하루 동안에만 무려 110억달러(한화 약 12조3800억원)가 증발하는 등 201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사우디와 바레인, UAE, 이집트는 지난 5일 카타르가 무장 테러단체를 지원한다며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리비아 임시정부와 예멘·몰디브 정부도 카타르와의 단교 선언에 동참했다. 이들 국가는 카타르로 통하는 육해상로와 항공로를 모두 차단했다.

이후 유동성이 가장 풍부했던 채권의 수익률이 폭락하고 카타르 리얄화 하락에 대한 베팅이 급증했다. 카타르 QE지수는 지난 주 7.1% 하락, 2014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세계 증시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GCC의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 주 약 1억3700만달러(154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2026년 만기가 도래하는 금리 3.25%의 달러표시 카타르 국채는 금리가 40bp(1bp=0.0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카타르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계단 낮췄다. S&P는 외국 투자자본 유출로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면 대외 채무 지불능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과 재정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타르 은행 이자율도 19bp 상승한 2.164%를 기록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사우디와 UAE는 각각 1.734%, 1.489%에 그쳤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UAE 은행들이 카타르에 대한 유동성을 옥죄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카타르 은행들이 대체 자금을 확보하기 전까지 수주 동안은 은행들 간 자금 거래가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리얄화 하락에 대한 베팅이 급증, 카타르 정부가 달러당 3.64리얄로 고정돼 있는 환율을 방어하지 못하면 20%까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카타르의 잠재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12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아 슬로베니아와 페루를 웃돌았다.

아부다비 메나파이낸셜서비스의 나빌 알 란티시 매니저는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 간 긴장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번 카타르 단교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사태가 얼마나 전술적이고 결정적인지, 또 얼마나 치밀하게 잘 계획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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