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최근 공급되는 아파트들의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분양은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런 현상은 높은 분양가에 대한 저항감이 사라지고, 고분양가 아파트가 지역 대표 아파트로 부상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고분양가 아파트가 나오면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실수요자들은 높은 분양가에 치이고 당첨 가능성은 줄어드는 한편 기존 집값은 뛰는 삼중고에 시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고분양가 논란 불구하고 청약 수요 몰려
22일 한라건설(014790)에 따르면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아파트 937가구가 첫 날 1순위에서 평균 4.09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전평형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4가구가 공급된 95평형 펜트하우스로 총 86명이 신청해 파주시에서 6대 1, 수도권에서 28대 1을 각각 기록했다.
펜트하우스를 제외한 일반 평형에서는 212가구를 모집한 47평형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총 1천300명이 접수해 파주시에서 3.24대 1, 수도권에서 8.4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수도권 1순위 기준으로 40A평형은 4.96대 1, 40B평형은 2.72대 1, 48평형 6.4대 1, 59평형 2.3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한라비발디의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옴에 따라 평당 1297만원이란 고분양가 책정이란 비난 여론은 물론 건설교통부의 '청약주의' 당부 등은 무색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아파트가 예상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신도시 프리미엄과 입주후 바로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고분양가에 익숙해져 앞으로 분양가격이 더욱 높게 책정될 것이란 심리가 적극 작용돼, 청약률이 예상을 뛰어 넘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 사이에서 `분양가격이 비쌀수록 랜드마크가 되고, 프리미엄은 더 붙어 전매 차익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결과적으로 청약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수도권에는 고분양가 논란을 빚으면서도 양호한 분양 성적표를 받은 건설사들이 많다.
롯데건설이 지난 6월 말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베네치아도 100% 계약률을 기록했다. 2003년 1200만원으로 예상됐던 분양가가 최고 1800만원 선으로 올랐으나 청계천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이 수요자 관심을 이끌었다.
지난 5월 분양을 마친 서울 광진구 광진하우스토리도 53평형이 평당 최고 2800만원에 달했지만 무난한 계약률을 보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라건설 입장에선 고분양가 비난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분양성공과 함께 인지도 제고의 부수입을 거뒀다”라며 “규제강화라는 역풍만 맞지 않는다면 이번 고분양가 논란이 오히려 득이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 주변 집값 폭등, 실수요자 집장만 기회 상실 부작용
그러나 이 같은 고분양가 아파트가 잇따라 선보이면서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이번 주 파주시의 매매가 상승률은 0.80%로 같은 기간 서울 0.17%, 신도시 0.16%의 4배에 달했다.
특히 운정신도시 부근에 위치한 고양, 일산은 각각 0.62%, 0.32%를 기록, 고분양가 영향이 주변 지역 집값을 단적으로 끌어올렸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신규 아파트 분양가 인상을 촉발시켜, 갈수록 실수요자들의 집 장만을 어렵게 한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A 업계 관계자는 “한라비발디가 평당 1200만원 선을 책정하고도 분양에 성공함에 따라 수도권 내 다른 지역 아파트도 이 분양가를 참고해 분양가 책정에 나설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의 집 장만은 갈 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