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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일군 '내조의 여왕' 노순애 여사 세상 떠나는 길

성문재 기자I 2016.01.31 14:21:54

발인제서 고인 생전 영상에 친지들 애도
지금의 SK그룹 있기까지 최대 공로자 꼽혀
화목·우애 누누이 강조..형제경영 갈등 없어
화성 선영과 수원 옛 자택 들른 뒤 장지 모셔

상주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발인제를 마치고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성문재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띈 젊은 우리엄마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31일 오전 8시부터 거행된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 부인 노순애 여사의 발인제(發靷祭)에서 고인의 살아 생전 모습을 편집해 만든 영상을 다같이 감상하던 도중 가족과 친지들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3일간의 장례 동안 매일같이 빈소를 지키고 문상객을 맞은 상주 최신원 SKC(011790)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006120) 부회장, 상주는 아니지만 상주 역할을 자처하며 사촌형제를 도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을 회상했다.

최신원 회장은 “많은 분들이 어머님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화목하고 우애 있는 가족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큰 어머님께서 추모영상에서 말한 ‘형제간 우애’를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외부 인사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최치훈 삼성물산(028260) 사장, 방송인 김혜영, 가수 현숙 씨가 발인제에 참석했다.

생전 노순애 여사는 말수가 적고 나서는 것을 꺼려했지만 가정일에 있어서만큼은 소홀함이 없었고 넉넉한 시골 인심을 느끼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수많은 제사를 준비하고 고생하는 SK 직원들을 위해 손수 식사를 챙긴 전형적인 한국 여인이었다. 최종건 창업회장이 기업활동에 전념하고 선경직물 공장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최대 공로자가 바로 노순애 여사다.

1928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노순애 여사는 교하 노씨 규수로 1949년 4월 22세에 수성 최씨 장손이었던 두 살 연상의 최종건 창업회장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후 3남 4녀의 자식을 두었다.

노순애 여사는 신실한 불교신도로 법명(法名)은 정법행(正法行)이다. 남편 최종건 회장의 병세가 악화돼 요양하고 있을 때 부처님의 대자대비로 쾌유될 것을 믿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별세 후에는 줄곧 불공을 드리며 남편의 명복을 빌었다.

호강을 누려볼 기회도 없이 남편을 떠나 보낸 노순애 여사는 이러한 불심으로 일가친척의 화목을 일궈냈다.

고인은 고 최종현 회장을 비롯해 최종관, 최종욱 고문 등 시동생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함께 살며 보살피고, 결혼 등도 손수 챙겼다. 지난해 11월 고인의 미수연 당시 최태원 회장이 젊은 시절 수년간 고인의 집에서 생활하며 큰어머님의 사랑과 지원을 받았다고 회고하며 감사 인사를 건넸을 정도다.

고인은 자식 교육에 있어 항상 형제간 우애와 집안의 화목을 강조했다. SK그룹의 형제경영이 다른 재벌가와 달리 아무 탈없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가르침 덕분이다.

지난 2000년 큰 아들 최윤원 회장을 후두암으로 먼저 보내는 슬픔을 겪기도 한 노 여사는 2002년 둘째 아들 최신원 회장과 함께 사재를 출연해 장학재단인 ‘선경최종건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에 취임해 후학 양성과 사회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날 고인을 모신 영구차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선영과 수원 평동 옛 선경직물 터, 수원 SKC 공장을 들른다. 이후 수원 연화장에서 고인을 화장하고 서울 서대문 광림선원에 영원히 모신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손길승 SK텔레콤(017670) 명예회장 등 SK그룹의 주요인사들도 이날 광림선원까지 동행하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故 노순애 여사가 생전에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SK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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