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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유통업계 방사능 괴담, 강하게 맞서라

편집부 기자I 2013.09.24 11:36:5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본산 농수산물 등에 주로 집중되던 방사능 괴담이 이제는 일본 제품 전반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산 맥주들의 국내 판매가 줄었다. 일본산 식품류나 화장품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업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가 바로 이런 방사능과 같은 ‘찜찜함’을 주는 이슈들이다. 정부에서 아무리 전수 검사를 하고 기준치의 100분의 1까지 관리를 한다고 해도 찜찜함은 남는다. 정부기관과 전문 연구소들의 검사 결과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기보다 ‘그럼에도 찜찜한 걸 어떡하냐’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피해를 입는다. 평소 신뢰받는 기업이나 브랜드들도 방사능 괴담 앞에서는 딱히 버티지 못한다. 온라인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자사관련 방사능 괴담들을 보고도 끙끙대며 속 앓이만 할 뿐 별반 대응책이 없다. 경쟁사들은 또 이때를 노린다. 일본과 관계있는 기업들이나 브랜드들을 견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익명의 네티즌들을 활용해 여러 억측과 소문들을 온라인에 뿌리고 다닌다.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아무리 검토해 보아도 경쟁사의 냄새만 날 뿐 증거를 찾기 어렵다.

물론 해당 제품 내에 방사능 관련 유해성이 존재한다면 문제다. 제품 소재로 쓰인 여러 성분에서 기준치 이하라도 인위적인 방사능, 즉,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세슘 등의 방사능이 검출되면 이는 판매 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일본 제품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산이라는 오명(?)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경쟁사들에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전 신뢰와 품질의 상징이었던 ‘일본산’ 브랜드가 이제는 숨기고 싶은 주홍글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 호소한다. 자국의 정부조차 신뢰하지 못해 ‘찜찜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느냐 질문한다. 그들에게 “루머와 억측에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맞서라”고 조언을 한다. 현재 상황은 일본기업에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지금처럼 고통을 참고 쉬쉬하며 후쿠시마 방사능 괴담 광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또 하나는 자사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더욱 크게 이야기하며 괴담에 맞서는 것이다.

불안하고 찜찜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향해 입을 닫고만 있어서는 해결방안이 없다. 일본산 제품의 안전성에 관심이 있는 언론에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 하소연하는 것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경쟁사에 한방을 먹일 길도 지금 같이 복지부동 전략에서는 방도가 없다.

더욱더 크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더욱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무슨 좋은 이슈라고 동네방네 소문내라는 이야기인가?”하는 두려움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본사의 이야기를 빌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본 본사에서는 방사능 불검출 검사 결과가 존재하고 있는데 왜 한국 소비자들은 괴담을 믿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국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본사를 위해서도 한국 내 일본기업들은 강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일본 내에서 방사능 이슈는 관리되고 있는 이슈가 아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정부와 도쿄전력이 크게 떠들지 않아서 그렇다.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구하는 것을 포기해서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일본 기업들은 그와 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 크게 떠들고 소리쳐라.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하고, 경쟁사들의 섣부른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라. 정부와 언론에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조를 구하라. 모여 앉아 있던 사내 대회의실에서 나와 모두 거리에서 소리치라는 것이다. 찜찜함에 대한 치료 약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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