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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엽의 노-다-지를 찾아서)커피향 처럼 진한 재테크

이동엽 기자I 2006.09.19 13:05:58
[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커피는 그 향이 800가지에 달하는 재미있는 원자재다.

커피 원두 향은 원산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원산지에 따른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티오피아산 고급 원두는 톤당 2만달러에 거래된다. 일반 커피 원두의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최고급 커피의 주소비자는 일본인.

카페인에 목멘 커피 애용자들은 당분간 비싼 커피 가격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국제 선물시장에서 커피 원두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의 폭우와 이태리 원두 보관창고의 물량 피해로 런던시장 로부스타 커피 (Robusta Coffee) 선물 가격이 21세기 들어 최고가를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등 다른 주요 생산국들의 생산량이 2006년에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커피 생산 차질은 2004년 이후 계속됐다. 2005년에는 멕시코 등 중미 지역의 허리케인으로 생산량에 차질을 빚었다. 그해 가뭄으로 베트남의 커피 재고량도 많이 줄었다. 올해는 폭우로 베트남 커피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생산국들의 공급 감소에 따라 올들어 런던 원두 재고 물량은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인 10만톤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는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내년에도 커피 생산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날씨 때문이다. 올해 가뭄으로 커피나무 개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추위로 인한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재고 물량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커피 가격 폭등할 듯

일찌기 전세계 커피 공급량 감소를 간파한 투자 자본들이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커피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 상승추세는 폭등추세로 전환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구조적인 원인이 커피 공급 감소에 기여했다. 과거 수년간 많은 커피 농장이 낮은 커피 가격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화학비료 가격 상승 등으로 채산이 맞지 않아 생산을 중단하거나 재배를 줄여왔다.

공급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를 중심으로 커피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커피 주요 생산국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도 커피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수급의 불균형은 향후 수 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커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커피 묘목을 심어야 하고, 재배 후 수확할 만한 열매 채취까지 최소 3~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계 커피 소비량은 2004년 60킬로짜리 포대로 1억1500만 포대에서 지난해 1억1600만포대로 늘었다. 반면 생산량은 1억1200만포대에서 1억600만포대로 줄었다.

올해 커피 생산량은 전년대비 7% 감소한 1억 포대, 소비량은 1억2000만 포대로 추정된다. 날씨 등의 영향으로 공급에 약간의 차질만 생겨도 가격이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커피 가격 사이클은 1992년 바닥을 찍었고, 1997년 피크를 기록한 후, 2002년 다시 바닥을 확인했다. 이처럼 5~6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것을 감안하면 2007년 커피 가격이 피크를 기록할 전망이다. 앞으로 2~3년간은 커피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커피와 심리 테크

커피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런던 및 뉴욕 커피 원두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다.
커피 생산국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등이 커피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다. 최근 원자재 가격 조정 등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 시기를 잘 판단해야 하지만.

카페인에 매혹된 사람이라면 인도, 파푸아 뉴기니아, 인도네시아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커피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아라비카(Arabica)`라는 고급향의 커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2004년말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을 휩쓸고 간 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톤당 2000 달러에서 4000 달러로 폭등했다. 

이들 지역은 인도네시아 아라비카 커피의 40%를 생산하는 주생산지. 커피는 고지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농작물이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농부들이 사라졌고 도로 등 운송 기반 시설이 파괴되면서 원두 가격이 상승했다.

커피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품이다. 따라서 정말 좋아하는 커피를 지금 넉넉히 사두는 것도 좋은 재테크가 되리라. 피엔지(P&G), 크라프트(Kraft), 폴절스(Folgers) 등 주요 커피 제조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우려해 대량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 마디만 더. 찬바람이 부는 가을과 겨울은 따뜻한 커피가 그리운 시기이다. 커피 값이 금 값이 되기 전에 커피향을 마음껏 즐기는 것도 정신의 풍요로움을 위한 심리 테크가 될 듯.

`한국인을 위한 원자재 실물투자 가이드` 저자 이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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