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 되든…벤처 중심·규제 혁신, 이재명·윤석열에게 정책 제안

김현아 기자I 2022.02.02 15:50:29

1월 25일과 28일 ICT업계, 두 후보에 정책제안
총 매출액 재계 2위, 대기업보다 고용많은 벤처 키워야
정치의 과도한 행정개입 방지, 주52시간제 개선 요구도
정통부 공무원 OB들 대거 참석…인기협, 코스포는 불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총 매출액 재계 2위, 대기업집단보다 많은 고용규모, 누가 이뤘는지 아세요?”

강삼권 혁신벤처단체협의회 회장(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달 28일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후보 초청 ‘차기 대통령의 디지털혁신 방향은?’ 좌담회에서 “벤처기업은 좋은 일자리의 산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은 2020년 기준 207조원으로 삼성(265조원)에 이은 2위다. 벤처기업 고용은 공정위 대기업집단의 총 69.8만명보다 많은 총 82만명, 매출액 1000억원 벤처기업(633개사)의 2020년 법인세 납부액은 3조 6441억원으로 삼성전자(2.46조), 네이버(0.43조), 포스코(0.39조)보다 많다.

강 회장은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초청 좌담회에서 혁신국가 비전 달성을 위한 벤처 육성 정책을 건의했고, 며칠 전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 초청 좌담회에서도 ICT 관련 협·단체의 유사한 정책 건의가 이어졌다. 청년 일자리와 신성장 동력을 만들려면 대기업이 아닌 기술 벤처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인구 800만인 이스라엘은 1년에 기술벤처 700~800개를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1000개도 못 키워낸다”며 “우리가 1년에 1000개를 키우고 이 중 5% 정도만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되면 2030년 국내 유니콘 기업은 1000개다. 그 자체로 1000조원인데, 한국의 현재 GDP(국내총생산)가 1900조이니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치의 과도한 행정개입 막아야, 주52시간제 개선도 절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많이 푼다고 해서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이정민 혁신벤처단체협의회(벤처기업협회)사무국장은 “타다는 80%가 넘는 소비자 지지에도 (정치권 개입으로) 결국 불허됐고 로톡은 변호사협회 반발에 시달린다. 원격의료는 20여 년 동안 시범 사업만 한다”면서 “국가의 원칙 없이 혁신 성장을 하기는 어렵다. 법률, 금융 등에서 폐쇄적 전문가 집단의 카르텔 해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디지털 전환에 장애가 되는 디지털 인재부족과 원격지 개발 활성화, 주52시간제 개선 건의도 이어졌다. 권영탁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핀크 대표)은 “치열한 경쟁만이 혁신을 유발하니 핀테크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 달라”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개발자 확보다. 디지털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동철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예산당국이 소프트웨어 대가 가이드라인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해석한다. 코로나 시국인데 원격지개발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고,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은 소위 필(feel)이 와야 하는데 주 52시간제로 빵구워내듯이 하기는 어렵다. 혁신벤처의 핵심근로자들은 원한다면 주52시간제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중국 가서 머슴살이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정통부 공무원 OB들 대거 참석…인기협 등은 불참, 입장차

한편 지난 1월 2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ICT 정책 간담회와 28일 열린 국민의힘 정책간담회에는 퇴직 공무원들과 국회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노준형 ICT대연합 회장, 박재문 ICT대연합 사무총장, 조규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 김동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부회장, 최재유 법무법인 세종 고문, 강성주 전 우정사업본부장 등은 옛 정보통신부와 방통위·과기정통부 관료 출신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완주 정책위 의장, 이원욱 의원, 윤영찬 의원,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이, 국민의힘에서는 유의동 정책위 의장, 조명희 의원, 김영식 의원, 이영 의원, 김성태 전 의원이 참석했다.

두 행사 모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은 참석하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대선을 앞두고 디지털 경제 전환에 대한 정책을 건의하기 위해 ‘디지털경제연합’을 출범시켰는데, 디경연 회원사 중 벤처기업협회와 핀테크산업협회만 참석했다. 이에 대해 디경연 관계자는 “ICT대연합은 공무원 올드 보이(OB)들이 주도하는 조직이어서 민간 기업중심의 디경연과 입장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재명, 윤석열 후보측과 협의해 별도의 간담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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