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이하 EPS)’이 등장하면서 보다 다양해진 파워 스티어링 방식의 차이와 장단점에 대해 궁금해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최근 여러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탑재하는 반자율주행 장치인 차선이탈방지보조(LKAS)나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을 구동하기 위해 EPS는 기본으로 요구된다. 유압식이나 전기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은 전자제어를 통한 스티어링 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자율주행 기능을 구동할 수 없다.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랙 타입 전동 파워 스티어링(R-EPS)'의 경우, 방식에 따라 저가형과 고가형이 나뉘기도 한다. 구조에 따른 파워 스티어링 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조향감과 직결감이 우수하지만 스티어링 휠 조작 시 다소 무겁다. 오일펌프, 오일탱크, 호스 등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 작동 시 엔진의 힘을 빌려 유압을 발생시키므로 동력 손실과 연비에 영향을 준다. 이를 개선하고자 일부 전기모터를 도입했다. 후술할 여러 가지 파워 스티어링 방식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전기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EHPS: Electric Hydraulic Power Steering)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EPS: Electric Power Steering)
최근 자동차 제조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파워 스티어링 방식이다. 모터 드라이브 파워 스티어링 (MDPS)이라고도 불린다. 유압을 활용하지 않고 오로지 전기모터를 이용해 조향을 돕는다. 유압장치를 장착하지 않아도 돼 동력손실을 줄여 연비와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오일 누유가 없으며 부피가 작아 엔진룸 설계가 용이한 게 특징이다. 구조가 간단해 유압식에 비해 원가가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과 달리 전자제어장치(ECU) 스티어링 개입이 가능하다. 운전자 기호나 차량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의 답력을 조절하거나 차선이탈보조 등 주행보조장치 작동 시 조향을 직접 수행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모터 안쪽의 작은 톱니바퀴에 커다란 힘이 실리는 구조라 장기간 사용하면 부품 마모가 일어나 조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조향 장치에 연결된 모터의 위치에 따라 칼럼 타입(C-EPS), 피니언 타입(P-EPS), 랙 타입(R-EPS)으로 구분된다. C-EPS(C-MDPS)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현대기아차가 몇몇 초기 모델에서 ‘커플링 마모’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칼럼 타입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C-EPS, C-MDPS)
현재 판매되는 신차 중 C-EPS가 적용된 차량은 현대 더 뉴 아반떼, 쏘나타 뉴라이즈(터보 제외), 기아 K3, K5, 쌍용 티볼리 등 대부분의 대중 지향 중소형차에 쓰이고 있다. 현대 그랜저(IG)가 4천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차량임에도 C-MDPS(EPS)를 장착해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개선품을 적용해 실 운전 시 스티어링 감각이 나쁘지 않다는 평이 나왔다. 토요타의 소형 후륜구동 스포츠카 '86'도 C-EPS를 장착했지만 수준급의 핸들링을 보여준다.
피니언 타입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P-EPS, DP-EPS, R-MDPS)
그래서 이를 개선한 ‘듀얼 피니언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DP-EPS, DP-MDPS)’이 개발됐다. 조타 지원용 피니언과 모터를 랙에 추가로 설치해,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져 보다 자연스러운 조향감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후술할 벨트 타입에 비해 원가가 저렴해 고급차와 대중차 모두에 두루 쓰인다.
랙 타입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R-EPS, BD-EPS, R-MDPS)
벨트 타입(BD-EPS)은 가장 진보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으로 보쉬가 개발했다. 모터와 기어가 맞물려 조향 장치를 움직였던 기존 방식과 달리 모터와 조향장치가 고무벨트로 직접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고무의 탄성으로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고 유압식에 버금가는 직결감을 구현할 수 있어 다른 EPS에 비해 이질감이 적다. 대신 비교적 부피가 크고 원가가 높아 고급차에 주로 사용된다. 제네시스 G80, EQ900, 쉐보레 임팔라 3.6 등 대부분의 국산 및 수입 고급차에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대중차인 르노삼성 SM6가 벨트 타입 R-EPS를 장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EPS는 구조적인 한계로 유압식에 비해 이질감이 있다는 점과 전자제어 장비 특성인 에러 발생 문제는 아직도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ECU 개입 과정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는 등 안정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아직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개발사들이 완성도를 높이고자 연구에 매진하는 분야다. 무엇보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주행 안전, 주행 보조 기술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EPS는 필수불가결한 장치다. 자율주행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