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업계 공룡인 월마트(WMT)가 앞으로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전략 `3종 세트`를 내놨다.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창고형 매장인 킴스클럽 회비를 인상하고, 최근 유입되는 고소득층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소고기 유통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연말 최대 쇼핑철인 홀리데이 시즌을 일찍 시작해 매출 증대와 재고 소진을 꾀하고 있다.
이에 월가에서는 월마트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월마트 주가는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와중에도 전일대비 0.05% 상승한 132.5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월마트 측이 내놓은 주요 조치들이 향후 실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월마트가 소유한 회원제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은 다음달 17일부터 회원들의 연회비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회원은 45달러에서 50달러로, 플러스회원은 기존 100달러에서 110달러로 각각 높인다. 이는 무려 9년 만에 처음 있는 회비 인상이다. 이로써 샘스클럽 회비는 경쟁사인 코스트코와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오게 된다. 현재 코스트코는 베이직회원에 연 60달러, 골드회원에 120달러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이날 케이스 맥레이 샘스클럽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당장 우리 고객들에게 재무적 부담을 늘려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다”며 이런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시인하면서도 “최근 지속적으로 매장 내 투자를 늘려왔던 만큼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앞으로 매장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인 샘스 캐시를 늘려 고객들의 부담을 낮춰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회원비 인상은 샘스클럽의 실적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원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6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샘스클럽은 지난 2분기에 회원비 수익이 역대 최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회원비 수익만 전년동기대비 8.9%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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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회비 인상은 그만큼 샘스클럽의 성장세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2분기에 월마트 미국 내 동일점포매출은 6.6% 늘어난 반면 샘스클럽의 동일점포매출은 9.5%나 늘었다. 현재 월가에선 올 한 해 샘스클럽 동일점포매출은 15%나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0년의 1.6%, 2021년의 8.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날 월마트는 또 미국 서부지역 축산농가와 소고기 생산업체들이 주도해서 설립한 서스테이너블 비프에 재무적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는 단순 투자라고 설명했다.
대신 월마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프리미엄급 소고기를 고객들에게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 립아이와 뉴욕스트립, 등심 등 앵거스 소고기를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월마트는 올 초에도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물 없이도 실내 녹색채소 재배 스타트업인 플렌티에 투자해 유기농 채소류 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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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 전체 매출에서 6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음식료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2분기 실적에서도 월마트는 음식료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는데, 이 기간 중 늘어난 점유율의 4분의3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좀더 저렴한 제품을 찾는 연소득 1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이었다.
끝으로, 월마트는 이날 또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한 온라인 상에서의 사전판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우선 25달러 이하 저가 장난감 위주로 55개 품목을 온라인 상에서 사전 할인 판매하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홀리데이 시즌 판매 행사는 예년에 비해 근 한 달 일찍 시작한 것이다.
회사 측은 “매일 최저가 제품으로 고객들의 장난감 구입에 따른 부담을 덜어 주겠다”고 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연말 쇼핑 대목을 선점하는 한편 늘어난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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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월마트의 전략이 향후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상대적인 실적 안정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한 편이다. 현재 월가에선 월마트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재고 증가와 내구재 판매 부진이지만, 이는 회사 자체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인플레이션이 잦아들고 경기가 반등하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월마트에 대해선 월가 투자은행 21곳이 투자의견 ‘매수(Buy)’를 제시하고 있고 ‘보유(Hold)’가 7곳인 반면 ‘매도(Sell)’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들 기관의 목표주가 평균치도 152달러 수준으로, 현 주가에 비해 14% 정도 상승여력이 있는 셈이다.
월마트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8.37% 하락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비해 초과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