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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충격파…영세 서비스물가 '이례적인 급등'(종합)

김정남 기자I 2018.06.03 18:32:28

가사도우미료 석달째 10% 이상 상승
간병도우미료 10년여 만 최고치 급등
일부 외식물가·미용물가 상승폭 커져
인건비 높은 품목들…"최저임금 여파"
최저임금 인상에 국제유가 급등까지
'비용상승 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
1Q 음식·숙박업 성장률, 13년來 최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들어 일부 서비스물가가 급등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석달째 10% 이상 상승률을 보이는 가사도우미료가 대표적이다. 최근 일부 외식물가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건비 비중이 유독 높은 서비스 업종의 물가가 오르는 것을 두고 최저임금 후폭풍을 거론하고 있다. 문재인식(式) 소득 주도 성장론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사·간병도우미료 이례적 급등

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5월) 소비자물가지수 중 가사도우미료는 전년 동월 대비 10.7% 상승했다. 가사도우미료는 특정 시간 가사일을 도와주는 파출부 등을 고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가사도우미료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월 상승률이 2~3%대일 정도로 안정적이었으나, 3월 이후 11.0%→10.8%→10.7%로 이례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10년여 전인 2007년 8월~12월 당시 월 11~12%씩 올랐던 때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간병도우미료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 올랐다. 2008년 1월(6.8%)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 품목은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급격히 인상되면서 일부 서비스물가가 올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영세하다는 특징도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460개 품목을 지출목적별로 12개 대분류한 결과도 비슷하다. 가사도우미료와 간병도우미료가 포함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3.1% 올랐다. 12개 대분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만 해도 0~1%대였다가, 올해 1월부터 매달 3.3%→2.9%→2.9%→3.0%→3.1% 상승하고 있다.

일부 외식물가도 올해 들어 상승 폭이 커지는 기류가 뚜렷하다. 이를테면 지난달 갈비탕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6% 올랐다. 거의 7년 전인 2011년 8월 당시 7.0% 오른 이후 최고치다. 갈비탕 가격은 지난해 월 4%대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올해 들어 그 폭을 키우고 있다.

해장국(4.1%), 돼지갈비(4.1%), 칼국수(4.0%), 떡볶이(5.3%), 햄버거(3.5%) 등의 지난달 상승률도 소폭 높아졌다.

미용료 같은 뷰티서비스 가격도 많이 올랐다. 이 역시 인건비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특징이 있다. 지난달 미용료 상승률은 3.9%로 2014년 12월(4.0%) 이후 가장 높았다. 목욕료도 4.1% 상승했다. 3월부터 석달째 4%대다.

통계청이 매달 내놓는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중 가사도우미료와 간병도우미료의 최근 1년 월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추이다. 특히 가사도우미료는 올해 3월 이후 두자릿수 상승률로 급등했다. 5월 간병도우미료 상승률은 6.2%로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두 품목의 물가 상승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출처=한국은행·통계청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 커져

상황이 이렇자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우려도 스멀스멀 나온다. 이는 원자재 가격, 임금, 유통 비용, 부동산 임차료 등 재화 혹은 서비스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비용 증가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최저임금 인상에 국제유가 급등까지, 공급 충격 요인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커져서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와 대비된다. 실제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지난달 1.4%에 그쳤다. 지난해 수준(1.5%)을 계속 밑돌고 있다.

문제는 공급 충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생산성이나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구매력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일부 서비스업종의 성장세가 뚝 떨어져 주목된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상 음식·숙박업 성장률은 전기 대비 -2.8%를 기록해 지난해 4분기(-1.3%)보다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지난 2005년 1분기(-3.5%) 이래 13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금융·보험업(3.7%) △부동산·임대업(2.6%) △정보통신업(1.1%) △문화·기타서비스업(3.6%) 등 다른 업종의 공고한 성장세와는 다른 기류다.

<용어설명>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원자재 가격, 임금, 세금, 금융비용, 유통비용, 부동산 임차료 등과 같이 재화 혹은 서비스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비용 증가에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총수요의 변동이 없는 가운데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은 그만큼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이를 보전하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총수요의 증가, 즉 소비자들이 재화 혹은 서비스를 사려하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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