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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혁신 DNA' 심는다…전자업계 CEO들 '조직 다잡기'

이준기 기자I 2022.04.03 15:45:15

삼성전자 한종희 "수평적 소통문화…상호 존중해야"
SK하이닉스 박정호 "가족친화기업으로 자리매김"
LG전자 조주완 "고객은 경험을 구매…시각 바꾸자"

[이데일리 이준기 최영지 기자] “부회장님 말고, JH(영문 이니셜)로 불러 달라.”(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구성원과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하겠다.”(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최근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직 다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때론 소통을 통해 당근을 내밀고 한편으론 이를 통한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조직을 ‘온리원’ 혁신 DNA로 무장시켜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거나 도전하게끔 하는 게 이들 CEO의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수평적 조직문화…가족 같은 회사

삼성전자 DX(Device Experience)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일 DX부문 타운홀 미팅인 ‘DX 커넥트’에 참석해 임직원과 쌍방향 소통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조직문화는 수평적 문화가 기본 근간이고, 그 수평적 문화의 근간에는 상호존중이 있다”며 수평적 소통문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말 정보통신기술(IT)·모바일(IM)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을 통합, DX 부문을 출범시킨 점을 언급, “원래 하던 일의 90%는 내려놓고 (그만큼을) 어떻게 하면 (부문 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재무장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제품 간 유기적 연결을 강화한 이른바 ‘원 삼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혁신적 ‘연결 DNA’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평적 조직문화 및 부문 간 시너지를 주문한 셈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행사에서 SK하이닉스를 ‘가족친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달부터 해피 프라이데이를 시행, 사실상 월 1회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10주년 특별 축하금’으로 기본급의 200%를 지급하는 당근책도 잊지 않았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고객 경험 혁신…연결 생태계 지향

조직 다잡기를 통해 이들 CEO가 요구하는 건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이다. 이미 제품·서비스 경쟁력이 상향 평준화한 만큼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게 그만큼 주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IM 부문과 CE 부문을 합친 DX 부문에서 볼 수 있듯, 삼성전자는 아예 조직 이름에 X(경험)를 넣을 정도다.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보던 콘텐츠가 집으로 돌아오면 TV에 저절로 연결되거나,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 부회장은 “제품 간 벽을 허물고 전체 디바이스(기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에게 똑똑한 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고객의 상상을 경험으로 만드는 회사,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도 생각은 같다. 밤에 눈부심을 방지하고자 냉장고 문을 열 때 시간대에 따라 조명을 자동 조절하거나 세탁기·건조기에 반려동물 코스를 적용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른바 LG만의 ‘가전 생태계’를 꾸려 고객을 이탈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게 LG의 지향점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우리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이른바 ‘F·U·N 경험’을 언급한 바 있다. F·U·N 경험은 ‘최고의(First), 유일한(Unique), 새로운(New)’ 고객 경험을 의미하는 데, LG전자가 선봉장에 서겠다는 얘기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넘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먼저 찾아 주도적으로 해결해주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해결책 제공자)로 진화해 가겠다”고 고객을 강조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LG전자


경영환경 어려울수록…미래 먹거리 발굴

사실 올해 경영환경은 그리 밝지 않다. 일상 회복은 더디고 공급망 불안,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군데군데 지뢰밭이 널려 있다. 이런 때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키워놔야 한다는 게 이들 CEO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하다. LG전자가 지난달 24일 주주총회에서 로봇, 전장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블록체인과 의료기기 등 신사업을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유망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사업 발굴 체계도 강화하겠다”(한종희 부회장)고 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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