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삶과 우정을 나누며 시대의 풍경이 되었던 문인과 화가의 합을 꼽아보면, 이상과 구본웅, 백석과 정현웅, 김용준과 김환기, 최승구와 나혜석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문인과 화가의 만남은 근대를 지나 구상과 이중섭, 박완서와 박수근, 김지하와 민중화가 오윤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맥이 이어진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이와 같은 내용을 정리한 책 ‘시인과 화가’가 출간됐다. 윤 관장은 근대기의 시인과 화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책을 기획했다. 오래 전 잡지 ‘인간과 문학’에 연재한 내용을 한데 모은 문화예술 에세이다.
윤 관장은 책 소개에서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창작자들이 어떻게 시대를 끌어안고 예술세계를 풍요롭게 가꾸었는지 살펴보려 했다”고 출간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문인과 화가의 만남이 현대사회에서는 과거 이야기로만 묻히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직업적 세분화도 중요하지만 예술계의 진정한 통섭과 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