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정무위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입수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는 제3의 브로커 회사인 ‘한남어드바이저스’가 등장한다. 그동안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문제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회사다. 한남어드바이저스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투자 설명서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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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운용은 미국 CBIM이라는 투자운용사가 전담하는 구조다. “한남어드바이저스는 처음부터 불필요한 회사”라는 게 배 의원실의 설명이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한남어드바이저스는 현지 운영사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상품 구조상 필요가 없는 제3의 브로커”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남어드바이저스가 퇴사한 하나은행 직원와 공모 관계가 의심된다는 게 배 의원실의 주장이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이 직원은 하나은행이 증권회사에서 영입한 경력 직원이다. 펀드매니저 경력이 있으며 양질의 펀드 상품을 발굴해 하나은행 상품위원회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하나은행을 퇴사했고,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남어드바이저스의 사무실 중 하나가 있는 곳이다.
퇴사한 하나은행 직원을 통해 소개되고 판매된 펀드 규모는 총 5000억원에 달한다고 배 의원실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500억원 규모) 외에도 이 직원을 통해 판매한 펀드가 더 있다는 뜻이다. 배 의원측은 “나머지 펀드에 대해서도 실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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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나은행 관계자는 “직원 공모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 역시 내부 통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직원의 일탈을 사전에 잡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두고 사실상의 ‘OEM펀드’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상품판매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등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투자자에 소개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실한 상품이 됐지만,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가 아니고, 자신들도 속았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사모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1500억원가량 판매했다.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소개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고객들에게 펀드를 팔았다. 펀드의 운용은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가 맡고, 국내에서는 JB자산운용, 아름드리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포트코리아 등 7곳의 자산운용사들이 이 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상품을 만들었다.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의 토탈리턴스왑(TRS) 계약을 하면서 레버리지까지 일으켰다.
하지만 단기채권 위주로 운용할 계획이라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장기채권이 편입되면서 제때 상환이 불가능한 구조가 됐고. 편입 가격도 시장가격보다 높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펀드의 만기는 25~37개월이었지만, 6~7년 뒤에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까지 편입됐다. 결국 펀드는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하나은행은 투자자들에게 배상안을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