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산업부] 장마전선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도 호우대책에 노심초사 중이다.
지난 주말까지 강원 등 중부 지방을 강타한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충청이남 지방에도 호우특보가 발령돼 산업계가 특별 대비태세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건설현장의 피해가 잇따랐으며, 통신시설이 두절되고 도로가 유실되어 수해지역의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충청과 영호남 지방에 18일 오전 40∼90mm(많은 곳 15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호우예비특보를 발령해 관련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건설현장 `직격탄`..공사일정 지연, 중장비 침수 피해
건설업계는 이번 집중호우로 건설현장이 침수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서울 지하철 9호선 907공구를 맡은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 대림산업(000210), 908공구를 맡은 현대건설(000720), 울트라건설(004320) 등은 안양천 제방이 붕괴되는 바람에 공사 현장이 침수됐다. 물빼기 공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완전히 물을 빼지는 못한 상태이며, 정확한 피해 규모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물을 뺀다고 하더라도 토사제거 등을 위해 공사 일정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일부 침수된 중장비 정비도 불가피하게 됐다.
일산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의 침수 원인으로 거론되는 문화센터 공사현장도 아직 침수돼, 정확한 피해규모가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문화센터 공사는 정발산역사를 잇는 연결통로를 설치하면서 장마철 집중호우에 대한 안전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역 침수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센터는 고양시 건설사업소가 발주해 2002년 9월부터 삼성물산·코오롱건설(003070)·CJ개발·태영(009410) 등 4곳에서 시공하고 있다.
또 남한강 유역의 집중호우로 인해 성신양회(004980)는 침수에 대비, 단양공장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충주댐 근처에 위치한 성신양회 단양공장은 지대가 낮아 큰 비가 올 때마다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공장 주위에 둑을 쌓아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이번에 내린 호우로 공장이 침수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만 침수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고 말했다.
◇통신시설 복구 `안간힘`..이통 기지국 19개 장애
이번 폭우로 도로와 교량, 전봇대 등이 유실되면서 통신시설 피해도 컸다. 기간통신사업자인 KT(030200)는 18일 현재 폭우로 인한 장애 통신회선중 72.2%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이번 폭우로 강원과 경기를 중심으로 총 1만6710개의 통신회선이 장애를 일으켰다"며 "이중 72%인 1만2063개의 통신회선의 복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지역은 우회선로 가설 등을 통해 복구하고 있지만 도로·교량과 통신회선이 통채로 유실된 지역의 경우에는 도로복구가 이뤄지면 통신망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통신부는 이번 폭우로 유선통신회선 이외에 이동통신기지국 19개가 장애를 일으켜 26% 수준인 5개의 기지국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대신 정통부는 휴대폰 통화복구를 위해 SK텔레콤(017670)이 7개, KTF(032390)가 4개의 임시 이동통신기지국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지역 도로끊겨 택배지연
중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택배업체 배송이 지연됐다.
한솔CSN은 영동고속도로 등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토사 유출로 끊어지면서 원자재 조달 및 제품 수송에 차질을 빚었다. 한솔CSN 관계자는 "고속도로는 복구됐으나 국도에는 유실 구간이 많아 배송 수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도 "도로 유실과 폭우로 인해 강원도 평창, 태백 등 지역과 전북 일부 지역 배송에 어려움이 예상돼 이 지역에 택배를 의뢰하는 고객에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물이나 전자제품 등 습기에 약한 화물의 경우 폭우사태가 진정된 이후 배송을 의뢰할 것을 고객들에게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자동차·정유업계 큰 피해 없어..날씨 주시하며 비상태세
이번 집중호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IT·자동차·정유화학 업체들도 장마전선이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홍수주의보가 내렸던 경기북부 지역 LG필립스LCD(034220) 파주공장은 장마전선이 남하했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았다. LG필립스LCD는 이번 집중호우 기간중에도 일상적 수준에서 공장라인과 물류를 가동했지만, 파주 등 경기북부지역에 내려진 호우·홍수주의보에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LG필립스LCD 관계자는 "한때 파주시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져 임진강과 한탄강 수위가 높아졌지만,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면서 "집중호우 관련 파주공장에 비상단계는 발동되지 않았으며, P8 건설현장을 비롯해 모든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도 구미 휴대폰공장, 광주 가전공장, 탕정 LCD공장, 기흥 반도체공장, 수원 디지털미디어 공장 등 모든 공장이 호우피해 없이 정상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066570)도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낙동강변의 구미 PDP모듈 공장을 중심으로 비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평택 단말기공장과 디지털미디어 공장, 구미 PDP모듈 공정과 TV공장, 창원 가전공장 등 전사업장이 현재 피해가 없는 상황이다.
안양천 제방 붕괴로 기아자동차 영등포 서비스센터가 침수되어 일부 피해를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아직까지 비피해가 없다.
하지만 장마전선이 점차 남하하고 있어 현대·기아차는 공장별로 특별상황실을 가동,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비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미리 점검해 비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
SK(003600)㈜, GS칼텍스 등 정유사들도 각 공장의 안전팀을 중심으로 모니터링 업무를 강화하며 장마피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울산공장의 경우 아직까지 장마의 영향권에 들어서지 않은 상태지만 장마전선이 점차 남하하고 있어 안전팀에서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있다"며 "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