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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뭐가 알고 싶으신 건데요?”

김영환 기자I 2014.06.01 16:04:37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뭐 때문에 그러세요? 왜 알고 싶으신 건데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을 취재하다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특히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거나 조금이라도 민감한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은 더욱 회피한다. 괜한 구설에 휘말리기 싫은 기업의 입장은 십분 이해된다.

그러나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내용을 추가 취재할 때가 그렇다. A기업이 ‘시설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을 받았다는 공시를 보고 “어떤 시설에 투자하냐”고 물으면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않은 시설 투자를 위해 돈부터 빌리는 경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자라는 신분이 취재에 방해가 되는가 싶어서 주주라고 밝히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대동소이하다. 회사의 주식을 구매, 최고의사결정 기관인 주주총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됐지만 회사 정보로부터는 소외되는 건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위상은 크게 올라섰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천명한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손톱 밑 가시’ 제거를 외치며 중소기업 보듬기에 나섰다. 실제 중소기업 유관단체인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위상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다만 중소기업들이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지는 의문이다. 회사 정보 공개는 분명 민감한 사항이 맞다. 하지만 공시를 통해 공개해야 하는 정보조차도 쉬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경제 민주화’를 외치며 대기업으로부터 본 피해를 읍소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액주주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보에 목마른 주주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유언비어가 횡행한다. 이른바 해소되지 않는 정보에 대한 부작용이다. 회사 내부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정보라는데 어느 주주가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 테마주의 부침도 이같은 정보 비대칭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투명한 경영활동 유도를 위해 점진적으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당당한 한 축으로 서려면 투명 경영을 위해 보다 전향적 태도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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