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부채 처방전' 외면에 '백약이 무효' 中 경제

이명철 기자I 2023.08.27 18:24:18

증시수수료·인지세 인하·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시장 시큰둥
7월까지 공업이익 전년比 15.5%↓... 경제 둔화 계속
中 증시 올해 최저 수준…해외 투자자 14조원 넘게 순매도
“부채 통한 성장 외면하는 시진핑 때문…외부 평가 신경안써”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 경제가 부동산 침체와 소비·수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활성화 의지를 드러내는 중국 정부는 거래수수료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해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중국 증시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부채 중심의 성장 방식을 지양하는 중국이 재정 부양책에 인색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변죽 올리는 경제 활성화 대책, 반응 미지근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정부는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인민은행·금융감독관리총국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정책을 추가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대표 부동산 규제는 모기지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 새로 주택을 살 때 약 80%의 계약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첫 주택 구매자(40%)보다 두 배 가량 높아 대출 부담이 커지게 되면서 사실상 다주택자의 주택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다. 대출 이자도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다르다.

정부는 지방 정부가 주택 보유수에 대한 규정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2주택자도 무주택자 수준의 계약금·이자 조건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부양 조치도 내놨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S)는 28일부터 주식 거래수수료를 낮추고 현재 0.1%인 인지세를 50% 인하하기로 했다.

CSRS는 최근 자국 금융사·기업들에게 주식 투자를 권하는 한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회의를 열어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5일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64.07, 홍콩항셍지수(HSCI)는 1만7956.38로 거래를 마감해 올해 들어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한 25일에도 중국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CSI 300은 장중 약 0.3% 반짝 상승했으나 이내 하락 전환해 전날보다 0.38% 떨어진 3709.15로 마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중국 증시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은 13일 연속 빠져나갔다. 해당 기간 순매도 금액은 110억달러(약 14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경제지표 부진한데…시주석 “경제 회복력” 자신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이유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그간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연간 매출액 2000만위안(약 37억원) 이상 공업기업의 이익은 3조9440만위안(약 545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5% 감소했다. 내수와 수출 둔화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한 것이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3% 하락해 생산자물가지수(PPI·-4.4%)와 동반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7월 수출액(-14.5%)과 수입액(-12.4%)도 두자리수대 감소폭을 보였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중즈그룹 등 대규모 개발업체·자산운용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어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에도 여파가 미치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정부 차원의 대규모 부양책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7월 사실상 대출금리인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10bp(1bp=0.01%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이 기대한 통화정책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의 정책을 다루는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24일 회의를 열고 친성장 정책 의지를 나타냈는데 재정을 투입한 경기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부동산 투자처럼 부채에 기반한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지 때문이라는 게 외신의 평가다. 실제 시 주석은 22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때 “중국 경제는 강환 회복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추가 부양책이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앤코의 수석 시장전략가 맷 말리는 블룸버그에 “경제 악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합의가 예상했던 것보다 적극적이지 않은 수준”이라며 “중국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 지도부는 자기가 가장 좋다고 믿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패권전쟁

- “소비 회복했다” 중국, 경기 반등 자신하지만…리스크는 여전 - 美국무부 "왕이 연내 방미 예상…미중 정상회담 노력할 것" - 美, 中견제 위해 희토류 확보 '총력'…베트남·사우디와 협력 강화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